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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피플]'반신반의' KT 데스파이네, 어떻게 이강철 감독 마음 사로잡았나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03-16 09:00


◇투손(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기대해보시라. 모든 면에서(웃음)."

새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3)에 대한 스프링캠프 총평을 묻자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내놓은 답이다.

지난달 1일 데스파이네가 KT에 합류할 당시만 해도 평가는 엇갈렸다. 한때 아마 최강으로 군림했던 쿠바 야구 리그에서 에이스 노릇을 했고, 지난해까지 빅리그 커리어를 이어왔던 투수라는 타이틀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나이와 다소 큰 몸짓, 지나쳐 보일 정도로 여유로운 성격이 문제였다. 캠프 초반 불펜 투구 때는 다리를 세운 채 엉덩이를 실룩거리는 특유의 폼까지 이어졌다. 기대 반 우려 반인 주변의 공기를 눈치챈 데스파이네는 "당장 실전에서 던질 정도로 몸을 만들어 왔다. 실전 때 보면 알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얼마 뒤엔 메이저리그 시절 함께 했던 개인 트레이너까지 KT 캠프로 초청해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 감독은 말없이 데스파이네의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오히려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빅리그 출신 투수들 중 개성이 강한 친구들도 있지만, 그만큼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고 준비를 하는 부분도 있다"고 평하며 데스파이네에 대한 신뢰를 숨기지 않았다. '내가 급해지면 선수들이 먼저 눈치를 챈다'며 자신을 채찍질 하던 모습과 비슷했다.

데스파이네가 이 감독의 신뢰에 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데스파이네는 캠프에서 치른 두 차례 연습경기서 9타자를 상대하며 단 1안타를 내준 반면, 사4구 없이 탈삼진 4개를 뽑아냈다. 자신감 있는 제구 뿐만 아니라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까지 선보이며 상대 타자를 압도했다. 초연하게 데스파이네의 활약상을 바라보던 이 감독도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그는 "사실 캠프 초반엔 (데스파이네의 활약 여부를 두고) 반신반의 했다"고 털어놓은 뒤 "(연습경기를 보니) 1선발이 갖춰야 할 구위와 구종, 마인드 등 모든 부분을 갖추고 있더라. 타자를 상대할 줄 알고, 경기 운영 능력도 수준급"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데스파이네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시범경기 취소 및 개막 연기가 결정된 후 이 감독은 외국인 3인방이 미국에 머물며 개인 훈련을 통해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잔류조 선봉으로 나선 것은 데스파이네였다. 지난해까지 뛰었던 마이애미 말린스의 연고지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의 개인 훈련 시설에 멜 로하스 주니어와 함께 '미니 캠프'를 차렸다. 마이애미는 연중 따뜻한 날씨와 훌륭한 훈련 여건 탓에 애리조나와 함께 메이저리그 팀들의 양대 스프링캠프지로 꼽힌다. 또한 데스파이네의 고향인 쿠바와 지척으로 도시 전반의 분위기도 활기차다. 편안한 여건에서 동료들과 함께 훈련할 여건을 만든 데스파이네의 모습은 이 감독이 충분히 미소를 떠올릴 만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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