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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키움전이 열린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7회말 삼성 공격이 끝났다. 8회초 키움 공격 앞둔 공수 교대 시점.
2013년 10월2일 사직 롯데전 이후 7년, 2442일 만의 복귀전. 오승환은 3-4로 뒤진 8회초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삼성 허삼영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 내용과 관계없이 오승환을 1이닝 정도 등판시킬 예정"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허 감독은 "키움과의 3연전에 두차례 정도 등판할 예정이다. 하지만 당겨서 마무리로 쓰지는 않을 것이다. 과정을 거쳐야 할 부분이 있다"며 편안한 상황 등판을 예고했다.
그런데 이날 오승환의 등판은 무산될 뻔 했다. 벤치가 구상한 상황이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았다. 경기 내내 1점 차 접전이 이어지졌던 것. '편안한' 상황이 아니었지만 삼성 벤치는 '오승환 등판' 공언을 지켰다. 오승환은 3-4로 뒤진 7회초부터 불펜에 모습을 드러내 몸을 풀기 시작했고, 7회말 삼성의 공격 동안 불펜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며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8회초 오승환은 드디어 꿈에 그리던 삼성라이온즈파크 마운드에 올랐다. 삼성에서만 뛰었던 오승환이지만 그가 떠난 뒤 삼성라이온즈파크가 만들어졌기에 '라팍'에서의 등판은 처음이었다.
긴장했을까. 낯설어서였을까. 첫 타자 박준태에게 초구에 146㎞ 빠른 공을 던지다 우익선상 2루타를 허용했다. 두번째 타자 김주형에게 초구 보내기 번트로 1사 3루의 위기. 하지만 수도 없이 만났던 상황들이었고 그의 무표정한 얼굴은 그대로였다. 후속 타자 김규민에게 2구째 바깥쪽 145㎞ 빠른 공으로 1루 땅볼을 유도. 2아웃.
1이닝 동안 1안타 1볼넷 무실점. 최고 구속은 148㎞였다. 10개의 공 중 대부분인 8개가 패스트볼이었고, 그 중 스트라이크는 5개였다. 2군 경기 조차 등판하지 않은 실전 공백을 감안하면 대단히 위력적인 피칭이었다.
경기 후 오승환은 "실로 오랜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등장곡(라첸카, 세이브 어스)도오랜만에 들어 옛 기억이 났지만 1점 차였고 언제든 역전할 수 있어 다른데 신경 쓰지 않았다. 초구부터 2루타를 맞았지만 운 좋게 이닝을 막을 수 있었다. 한국 복귀하면 초구는 무조건 직구를 던지겠다고 이야기 한 적 있는데 그대로 했다"며 농담을 던졌다. 경기전 인터뷰에서 언급한 이정후에 대해서는 "이정후와는 시즌 중 언젠가는 상대할 것 같다. 인터뷰에서는 힘대힘으로 상대한다고 했지만 포수리드에 맞추겠다"며 살짝 피해가듯 이야기 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결 부드러워진 '돌부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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