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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이용규 떠난 한화, 김응용+김성근 '윈나우' 시대와의 작별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0-11-08 11:07 | 최종수정 2020-11-08 11:32


'140억 듀오' 이용규와 정근우, 그리고 김응용 감독이 함께 했던 순간.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한화 이글스를 스쳐갔던 거물급 감독과 FA 영입의 시대. 하지만 이제 '윈나우'의 흔적은 정우람 1명 뿐이다.

한화 이글스가 본격적인 리빌딩 버튼을 눌렀다. 창단 첫 10위의 충격 속 2018년의 영광을 이끌었던 간판 선수도, 원클럽맨 프랜차이즈 스타도, 영구결번 코치도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폭풍처럼 투자하던 시절도 있었다. 2012년 김태균의 복귀 당시 김승연 한화 회장이 팬들을 향해 "김태균 잡아올께!"라고 외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당시 김태균에게 지불된 금액은 4년간 60억원. 역대급 FA에 준하는 계약이었다.

이어 2012시즌을 마친 뒤 김응용 전 감독이 부임하고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미국으로 진출한 뒤 한화의 광폭 행보가 시작됐다. 먼저 김응용과 김성근, KBO리그에 한 획을 그은 노감독들의 영입에 거금이 쓰였다. 2014년에는 '140억 듀오' 이용규와 정근우와 계약을 맺었다. 김성근 전 감독 시절에도 권혁 송은범 배영수 정우람 심수창 등이 줄줄이 영입됐다. 조인성 등 베테랑 선수들의 트레이드 영입도 있었다.


김성근 전 감독 시절 FA 송은범 배영수 권혁(왼쪽부터). 스포츠조선DB
하지만 이들은 한화의 암흑기를 대표하는 이름들이 됐다. 거듭된 실망 속 투자는 뚝 끊겼다. 한용덕 전 감독이 부임한 2018년 이후 한화는 단 한 명의 FA도 영입하지 않았다. 11년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한 2018년이 정근우가 신인 정은원에게 자리를 내준 해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수많은 영입선수들 중 2018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공헌한 선수는 이용규와 정우람 뿐이었다. 여기에 박상원 이태양 등 한화가 키워낸 젊은 불펜의 수훈이 컸다.

올시즌 전 한화 선수단(보류선수 기준)의 평균나이는 28.5세로 KBO 최고령이었다. 많은 영입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타 팀에 비해 유독 원클럽맨이 많았다. 김태균을 비롯한 자체 FA에 대한 대우도 나쁘지 않기로 유명했다. '의리'를 내세우던 모기업과 통하는 부분.

하지만 정근우가 이적하고, 간판스타 김태균의 FA 1년 계약이 이어지면서 이는 모두 옛날 이야기가 됐다. 김태균이 시즌 말미 은퇴를 선언하면서 선수단 정리에 가속이 붙었다. 앞서 시즌 도중 김종민 양성우 김문호 등 9명을 방출한 한화의 리스트에는 시즌 후 이용규를 포함한 11명이 추가됐다. 여기에는 송광민 최진행 윤규진 안영명 김회성 등 한화에서 15시즌 넘게 뛴 베테랑들도 포함됐다. 영구결번인 장종훈 송진우 전 코치를 포함한 9명의 코칭스탭에도 작별을 고했다.


한용덕 전 감독과 장종훈, 송진우 전 코치. 세 사람은 모두 2020년을 끝으로 한화를 떠났다. 스포츠조선DB
영구결번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정민철 단장에겐 뼈를 깎는 결단의 연속이다. 그는 향후 한화의 방향성으로 '미래와 쇄신'을 강조했다. 올시즌 최원호 감독대행으로 사령탑이 교체된 뒤 단일 시즌 최다패(97패, 1998 쌍방울 2002 롯데) 위기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젊은 선수들을 적극 기용하며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


이제 한화 선수단에 30대 중반을 넘긴 선수는 투수 정우람(35), 야수 이성열(36) 둘 뿐이다. 서른을 넘긴 선수도 올시즌 선발과 주전 포수를 책임진 장시환(33)과 최재훈(31)을 비롯해 이해창 신정락(이상 33) 오선진 임준섭(이상 31) 장민재(30) 등 소수만 남았다.

아직 한화의 신임 대표이사와 차기 감독은 확정되지 않았다. 누가 오든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하는 상황이다. 9일 시작되는 마무리 캠프는 일단 최원호 감독 대행이 맡는다. 일찌감치 사령탑은 물론 외국인 선수 구성까지 마친 SK 와이번스와 대비된다.


정민철 한화 단장. 스포츠조선DB
팀을 떠난 이용규는 올시즌 팀내 유일의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다. 3할8푼1리의 출루율은 명불허전이었다. 팀내에서 지금 당장의 성적에 이용규보다 도움되는 선수를 찾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노쇠한 팀컬러를 바꾸는데 성공한다 해도, 이 같은 변화가 '젊고 역동적인 강팀'으로 바로 이어질 수는 없다. 정민철 단장은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세대교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막대한 연봉을 절감하게 된 한화가 올겨울 FA 시장에 뛰어들지도 관심거리다.

2020년은 한화가 '윈나우'를 추구했던 지난 과거를 완전히 떠나보내고, 새로운 시대를 선언한 첫 해가 됐다. 향후 평가는 눈앞에 펼쳐진 백지에 그려낼 그림에 달렸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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