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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NC 다이노스 양의지는 만인이 부러워하는 야구선수다.
영리한 투수 리드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NC 투수들은 양의지의 리드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편안하게 던진다.
'타자' 양의지도 리그 최강이다.
정교함과 장타력에 클러치 능력까지 두루 갖췄다.
지난해 타격왕에 올랐던 양의지는 올 시즌 타율 3할2푼8리에 33홈런, 124타점을 기록했다.
주자가 있으면 더 강해졌다. 득점권 타율 4할2푼5리로 2위.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붙박이 4번 타자로 출전중이다.
공-수에 걸쳐 완벽에 가까운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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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나 받지 못한 선물, 주력이다. 많은 포수들이 그렇듯 리그에서 손 꼽을 정도의 느림보다.
그 느린 다리가 중요한 순간 탈을 일으켰다.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
1-3으로 뒤진 4회말.
양의지는 선두타자 안타로 추격에 물꼬를 텄다. 4사구가 이어지며 1사 만루. 알테어가 친 타구가 우익수 쪽을 향했다. 아주 깊지는 않아도 3루 주자가 태그업 하기에는 무리가 없는 비거리.
두산 우익수 박건우가 잡자마자 양의지가 홈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뭔가 좀 이상했다. 홈과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바운드 된 공을 포수 박세혁이 미트에 넣을 무렵 제 자리 걸음 하듯 느리게 접근한 양의지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너무 일찍 슬라이딩을 시작하는 바람에 힘차게 치고 들어오는 동력이 없었다. 힘 없이 미끄러져 들어오는 양의지의 왼손 끝을 박세혁의 미트가 간발의 차로 건드렸다. 태그 아웃. 양의지는 고개를 숙였고, 옛 동료 두산 내야수들은 환호했다.
NC 요청으로 비디오 판독까지 이어졌지만 번복은 없었다.
딱 하나 가지지 못한 양의지의 느린 걸음. 야구인생에 드물게 결핍을 실감하는 순간.
2차전 승부를 가른 승부처였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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