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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얼마전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다큐멘터리 '마이클 조던 : 더 라스트 댄스'는 국내 스포츠팬들에게도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조던의 전성기 그리고 '리빌딩'을 앞둔 시카고 불스의 1997~1998시즌 이야기를 내용 중에 담고있다. 불스 구단은 시즌 시작도 하기 전부터 전성기를 지난 고연봉 선수들, 감독과의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못을 박았다. 최고의 멤버들로 꾸릴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을 그들은 '라스트 댄스'라 불렀다. 실제로 그 시즌에 불스는 드라마틱한 우승을 거두며 세계적인 인기와 명성을 얻는다. 다음 시즌은 예상했던대로 처참했지만, 조던이 중심이 되어 만든 1997~1998시즌의 '라스트 댄스'는 찬란하게 빛났다.
올해 두산의 한국시리즈는 특별했다. 2015시즌부터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는 자부심은 확실히 있었지만, 그보다도 '지금의 멤버'가 함께 하는 마지막 한국시리즈가 될 수도 있다는 예감이 이번 가을을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지금의 멤버'란 2015년부터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그중 3번의 우승을 함께 겪은 정예 요원들을 말 한다. 과거 우승 멤버이자 현재 두산의 주축으로 뛰고있는 선수들 가운데 오재일, 김재호, 정수빈, 허경민, 최주환, 유희관 등 상당수의 선수들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물론 이들이 모두 두산에 잔류할 수도 있고, 모두 팀을 떠날 수도 있다. 하지만 확률에 기대어 계산해보자면 이들 중 최소 몇명의 선수는 팀을 떠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선수들도 그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정규 시즌 막판. 자칫 잘못하면 5위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엄습했다가 막판 3위로 치고올라선 원동력도 여기에 있었다. 주장 오재일은 "그래도 두산인데 이렇게 끝나면 너무 슬프지 않겠냐"고 선수들을 다독였고, 마음을 울렸다. '우리가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가을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현실감이 처음으로 찾아왔다.
어쩌면 두산이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자체로도 만족해야 할 수도 있다. 올해는 지난해처럼 정규시즌 우승을 하지 못했고, 상대팀인 NC 다이노스는 객관적으로 강했다. '순리대로'라면, 애초부터 두산의 우승 확률은 NC의 우승 확률보다 낮았다.
그러나 두산이 그냥 물러날 수 없었던 이유는 지난 6년간 함께 우승의 기쁨, 준우승의 쓰라림을 나눴던 최고의 멤버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한국시리즈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면 준우승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두산은 그때 그 불스처럼 내년 시즌 자연스러운 리빌딩을 향해 가야할 수도 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마지막 우승을 노렸지만, 아쉽게도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멈췄다. 불스 우승의 중심에 조던이 있었지만, 두산은 없었다. 분위기를 휘어잡는 '히어로'가 등장하지 않았다. 조던과 팀 동료들처럼 승부욕을 발판 삼아 자극제가 되기 보다는, 우승에 대한 부담이 두산 선수단에는 더 크게 작용하는듯 했다.
함께 하는 2020시즌의 마지막 경기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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