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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스케치]"걸프전 이후 처음" "전화 잘 터져서 좋아요" 두산 이색 캠프 풍경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1-02-02 08:40


이천 두산베어스파크에서 워밍업을 하는 두산 선수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실내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하는 두산 선수단.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이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날씨가 걱정이기는 한데, 그래도 나머지 여건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두산 베어스 선수단이 이색(?) 국내 스프링캠프를 힘차게 출발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과 코칭스태프, 1차 캠프 명단에 오른 선수들은 2월 1일부터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두산베어스파크에서 2021시즌 대비 스프링캠프 일정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KBO리그 10개 구단 전체가 국내에서 캠프를 치르게 됐고, 두산은 1군 선수단을 이천 2군 구장에서 2월 18일까지 1차 캠프를 소화하도록 일정을 짰다. 2월 20일부터는 울산으로 이동해 2차 캠프를 시작하고, 3월초에는 남부 지방과 홈 잠실구장에서 연습 경기 위주로 소화할 예정이다.

첫 날부터 훈련 열기는 뜨거웠다. 김태형 감독은 "아무래도 날씨가 춥고 또 선수들이 오버 페이스를 하다가 부상이 염려되기 때문에 1차 캠프에서는 실내 훈련 위주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두산 선수단은 1일 오전부터 오후 4시까지 기본 워밍업을 시작으로 실내 타격 훈련, 수비 훈련, 필드 훈련을 부지런하게 소화했다. 볕이 잘 들고 쾌적한 실내 훈련장은 오후 기온이 섭씨 20도에 육박할 정도였다. 선수들은 땀을 흘리면서 반팔을 입고 훈련을 했다. 실내 훈련장 바로 옆에 위치한 웨이트 트레이닝장도 선수들이 수시로 오가며 북적였다.

해외 스프링캠프보다 첫날부터 강도가 높은 훈련이었다. 보통 일본, 미국, 호주 등 해외에 캠프를 차릴 경우 이동하는 시간과 피로도를 감안해 1~2일은 가볍게 몸을 푸는 수준으로 짧게 운동을 끝낸다. 시차 적응을 해야할 때도 있고, 여독이 쌓여있는 상태에서 본격적인 훈련을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캠프의 최대 장점은 환경 적응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주장 오재원은 "원래 비행기 타는 것을 워낙 힘들어하는 편인데, 비행기를 안타서 좋다"며 웃었다.

물론 이날은 아침에 내린 비와 높은 기온으로 날씨가 비교적 따뜻했지만, 여전히 기온에 대한 우려는 있다. 김태형 감독은 "나도 국내에서 캠프를 하는 게 걸프전(1991년) 이후 처음"이라고 웃으며 "실내가 워낙 잘돼있어서 실내 훈련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날씨가 추운 게 걱정이다. 야외 훈련을 1차 캠프에서는 못할 것 같다"면서 "야수는 크게 걱정이 안되는데 투수들의 스케줄을 원래 캠프보다 늦추는 게 나을 것 같다. 개막 전까지 시간은 충분하기 때문에 급하게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공을 빨리 던지고 싶어 마음이 조급한 젊은 투수들도 환경에 맞춰 최대한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이영하는 "공은 빨리 던지고 싶은데, 날씨는 춥고 하니까 어쩔 수 없다. 코치님들이 스케줄을 구체적으로 잘 자주셨다. 코치님들을 믿고 조급해하지 않고, 스케줄에 최대한 맞춰서 하겠다"고 이야기 했다.

좋은 점은 단연 환경적인 면이다. 두산은 이천 실내 연습장 내에 위치한 숙소를 선수들에게 1인 1실로 배정했다. 이미 2군 선수들이 쓰고 있는 숙소인데다 만족도는 매우 높다. 허경민은 "숙소는 거의 호텔급이라고 생각한다"며 깔끔한 숙소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밥 잘 나오기로 유명한 2군 구장인만큼 식사 역시 걱정이 없다. 또 가족들과 비교적 가까이에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 역시 많은 도움이 될 예정이다. 이영하는 "휴대폰에 유심칩을 안끼워도 되고, 전화가 잘 터져서 좋다"며 웃었다.

특수 상황이 만들어낸 국내 캠프 풍경. 시즌 대비를 위한 선수들의 훈련 열정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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