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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꽃피우지 못한 재능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 한때 롯데 자이언츠의 '거포 유망주'로 불렸던 김상호(32)는 야구코치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때 타순이 4번 최준석 5번 나, 6번 강민호였다. 함덕주가 최준석 형을 거르더라. 나였더라도 당연히 나와 승부하겠지만, 자존심을 세우고 싶었다. '나 무조건 칠 거 같은데?' 싶어 나도 모르게 살짝 웃었다. 놀랍게도 2타점 적시타를 쳤다."
하지만 이후 주전 경쟁은 쉽지 않았다. 1루와 지명타자 자리에는 이대호와 최준석이 있었고, 3루에서는 문규현(은퇴) 정 훈(롯데) 오태곤(KT 위즈)과 주전 다툼을 벌여야했다. 다시 백업을 전전하던 2018년 5월 25일, 갑작스런 어려움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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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는 수술 날짜를 받고 여행을 떠난 제주도에서도 롯데 야구를 봤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모자에 새겨진 자신의 등번호 66번이 그를 울렸다. 당시 롯데는 물론 타 구단 선수들까지 힘을 모아 김상호의 수술비와 입원비, 항암치료비를 지원했다.
약 1년간의 재활을 마치고 야구장에 돌아왔지만, 90kg이 넘던 탄탄한 몸은 홀쭉하게 줄어들었다. 치료 과정에서 15㎏ 이상 체중이 빠졌다. 지난해에는 퓨처스리그에서만 뛰었고, 결국 10월 방출됐다. 2012년 입단 이래 8년만이다.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암을 극복한 원종현 정현욱 정현석 선배님은 진짜 대단하신 것 같다. 사직야구장에서 딱 1타석만이라도 서서 날 응원해준 고마운 팬들께 인사도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은퇴한 게 아쉽다."
완치 판정을 받으려면 아직 2년이 더 필요하다. 은퇴 후 고교-대학팀 코치 제의도 받았지만, 김상호는 선수 시절 모은 돈을 모두 투자해 평생의 꿈이었던 야구 아카데미를 열기로 결심했다. 보다 많은 선수들을 가르쳐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 팀동료 강로한을 통해 NC 출신 홍성무를 투수코치로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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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헌이 형이 오래전부터 병을 앓아왔다. 같은 병은 아니지만, 뇌질환이란 면에서 나랑 공통점이 있다보니 나도 이것저것 조언해줬다. 올시즌 후 FA니까, 형한테는 정말 중요한 시즌이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됐다고 한다. 그라운드에 복귀해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활약했으면 좋겠다.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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