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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2007년 11월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은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가세해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FA였던 박찬호는 새 팀을 찾아야 할 절박한 상황이었으나, 대표팀의 부름에 기꺼이 응했다.
산전수전 다겪은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선 코치의 한마디한마디에 귀를 기울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대표팀 동료들 증언에 따르면 선 코치는 오키나와 캠프로 이동한 뒤에도 틈날 때마다 박찬호에게 조언을 건넸다고 한다.
박찬호는 그 직후 대만서 열린 올림픽 아시아예선 대만전에 구원 등판해 3이닝 4안타 무실점의 호투로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 2007년 뉴욕 메츠와 휴스턴 애스트로스 산하 트리플A에 머물던 박찬호는 이듬해 2월 LA 다저스와 계약하고 정규시즌서 선발 5경기를 포함해 54경기에 나가 4승4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3.40을 올리며 재기에 성공했다. 박찬호는 훗날 선 감독의 당시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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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전 감독은 지난 10일부터 5일간 LG 트윈스 이천 캠프를 찾아 투수들을 가르쳤다. 그는 이민호 이정용 이찬혁 남 호 손주영 등 젊은 투수들을 만나고 난 뒤 "LG에 좋은 투수들이 정말 많다. 현장에서 젊은 선수들과 함께 대화하면서 많이 배우고 참 좋았다"며 흡족해했다.
LG 차명석 단장은 "역시 어떤 사람이 말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 슈퍼스타를 강사나 인스트럭터로 초빙해야 할까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이 뭔가 느끼고 배우려고 하는 것이 달라 보이더라"고 평가했다.
선 감독은 17일부터 부산 기장에 캠프를 차린 KT 위즈 투수들을 만난다. 선수 시절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이강철 KT 감독의 부탁이 있었다. KT는 지난 시즌 팀 평균자책점 4.54로 4위에 오르며 마운드 안정을 이뤘다. 신인왕에 오른 소형준을 비롯한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눈에 띄었다.
선 전 감독은 이번에 KT 캠프를 방문하면 소형준은 물론 주 권 조현우 류희운과 지난해 군에서 제대한 고영표 심재민, 입단 1,2년차인 이강준 한차현 등 신인급 투수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이강철 감독은 "선 감독님이 오시면 두 턴 정도 맡아주신다. 내가 요청했다. 젊은 투수들이 이것저것 물어보고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도 선수 때 밖에서 누가 오면 배우려고 하고 그랬다. 선 감독님이 오시니 더 그렇지 않겠나"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선 전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직후인 2019년 2월 두산 베어스의 일본 오키나와 캠프를 찾아 젊은 투수들을 가르쳤다. 당시엔 김태룡 두산 단장의 적극적인 요청이 있었다. 선 전 감독의 족집게 과외를 받은 이영하는 그해 정규시즌서 17승을 올린 뒤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발탁됐다.
선 전 감독을 찾는 현장의 목소리는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선 전 감독은 뉴욕 양키스 연수가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된 상태지만,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 공부하고 가르치는 일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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