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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결과보다 과정" 배트를 놓지 못하던 선수, 어느날 찾아온 마음의 변화

최종수정 2021-03-11 07:21

10일 경기 전 인터뷰 하는 김헌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세상 일, 뜻대로 되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그리 쉬울까.

'노력=성공'은 수학 공식 처럼 딱 떨어지는 결론은 아니다.

우연이 얽히고, 필연이 설킨다. 피나는 노력도 때론 표류할 때가 있다. 때론 생각지도 못한 우연한 행운도 찾아온다. 그러니 마음은 늘 어렵다. 부여잡으려 하면 허탈하고, 내려 놓으려 하면 아쉽다.

삼성 라이온즈 김헌곤(33).

열심히 노력하는, 최선을 다하는, 늘 성실한, 이런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현역 프로야구 선수다. '너무 운동을 많이 해 주위에서 말릴 정도인데 훈련의 밸런스를 찾았느냐'는 질문에 본인은 손사래를 친다.

"사실 모든 선수가 저만큼은 준비를 하는데 제가 짠해 보이나봐요.(웃음) 저도 보통 선수 만큼 하거든요. 물론 어릴 때는 많이 했죠. 지금은 몸이 괴로울 정도로는 안해요. 그저 최대한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다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부상이 덜 올 만큼만 하고 있습니다."

좀처럼 다치지 않는 단단한 선수. 지난해는 예외였다. 설상가상, 악재가 한꺼번에 닥쳤다.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어깨를 다쳤다.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겨울까지 계속 아프더라고요. 아, 아프면 안되겠구나 느꼈죠. 여러모로 안 풀리려다 보니 다발적으로 상황들이 생겼던 것 같아요. 작년에는 기술적으로도 잘못 정하고 갔던 것 같고. 그럼에도 어떤 상황에서든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결국 제 실력이 부족했던 거죠. 아무튼 어떤 면에서는 좋은 경험을 했던 것 같습니다."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연습경기가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5회말 1사 1,2루, 삼성 김헌곤이 3점홈런을 날리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3.06/

남보다 야구 잘 하고 싶은, 프로로서 당연한 마음. 하지만 모든 욕구는 불안을 낳는다. 이를 지우기 위해 한때 끊임 없이 배트를 돌렸다. 호텔방에서도 주차장에서도, 그에게 모든 열린 공간은 연습장이었다.

"(훈련을) 많이 했을 때는 좋은 결과가 나올 거란 마음의 자신감이 있었어요. 몸이 힘들 때까지 해야 열심히 했다고 생각을 한적이 있었죠."

이 모든 것이 채워지지 않는 허기 같은 욕구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잘 치고픈 조바심도,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도 해답을 향한 이정표는 아니었다.

그래서 결론, 목표를 지우기로 했다.

"결과에 연연하고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계속 주다 보니 더 안 좋은 상황이 됐던 것 같아요. 찬스를 못 살렸을 때,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 부분이 악순환을 일으키더라고요. 쉽지 않겠지만 내려놓고, 그저 부상 안 당하고 순간 순간에 베스트로 임하자는 생각이에요. 결과는 제가 컨트롤 할 수 없는거니까요. 과정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결과가 쌓여 있지 않을까 싶어요."

김헌곤은 겨우내 타격폼에 적지 않은 변화를 줬다. 서서히 적응중이다. 연타석 홈런도 날렸다. 밀어서 하나, 당겨서 하나였다.

허삼영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밖에서 보면 잘 못 느낄지 모르지만 메카닉과 자세가 180도 바뀌었다. 선수 본인은 큰 변화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실전 경기에서 좋은 느낌을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허 감독은 "김헌곤 선수가 잘해야 시너지 효과가 난다. 너무나도 성실하고 좋은 인성을 갖춘 교본 같은 선수다. 준비하는 과정을 후배들이 보고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작 본인은 미디어의 현미경 관심을 부담스러워 한다.

"변화요? 시도하고 있죠. 지금까지 괜찮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좀 더 하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양적으로는 예전 만큼 훈련이 아니라지만, 질적인 훈련 강도는 여전히 만만치 않은 듯 하다.

지난 8일부터 호텔 합숙을 시작해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김헌곤은 숙소 생활에 대한 이야기 중 얼핏 이런 말을 했다.

"야구장에서 쏟아 붓고 들어가 바로 누우면 곯아 떨어져서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지 모르겠어요."

여전히 못 말리는 에너자이저. 그를 둘러싼 환경은 팍팍해졌지만 마음 만큼은 한 움큼 편안해졌다. 오직 지금 이 순간, 현재를 단단하게 부여잡는 '카르페 디엠'. 김헌곤이 가지런히 비운 마음에 새 시즌을 충만하게 채울 참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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