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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1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를 마친 SSG 랜더스 선수단 사이로 건장한 체격의 사내 한 명이 섰다. 등번호 17번을 단 사내는 다름아닌 추신수. 지난달 입국 후 경남 창원 모처에서 2주 자가 격리를 했던 추신수는 코로나19 최종 음성 판정을 받은 이날 선수단에 합류하기 위해 부산으로 달려왔다. 경기 후 추신수는 김원형 감독 및 코치진, 선수단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추신수는 인삿말에서 "경험을 쌓으러 한국에 온 게 아니다. 여러분과 함께 이기기 위해 왔다"며 분명한 메시지를 밝히기도 했다.
추신수가 이태양에게 선물을 전한 것은 등번호 17번을 양보해줬기 때문. 추신수가 SSG와 계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이태양은 구단 관계자에게 자신이 달고 있던 17번을 양보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빅리거로 도약할 때까지 17번에 강한 애착을 드러냈던 추신수에겐 '큰 선물'이었다.
추신수는 이태양에 선물을 전한 것을 두고 "내게 17번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 어릴 때부터 내 이름 뒤엔 항상 17번이 있었다"며 "선수에게 등번호의 의미가 크기에 내가 말하기 조심스러웠는데, 이태양이 먼저 양보해줬다. 고마운 마음에 미국에서 선물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선 (등번호를 양보해준 선수에게 선물하는 게) 흔한 일"이라며 "이태양에게도 17번이 의미가 있는 번호라면 나도 어쩔 수 없었지만, 흔쾌히 양보를 해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뭔가 특별한 것을 해주고 싶었는데, 마침 내가 좋아하는 붉은 색 모델이 있길래 미국에서 준비를 해왔다. (선물을 했지만) 아직까지도 고마운 마음"이라고 이태양에게 재차 감사의 뜻을 전했다.
공교롭게도 'SSG 선수' 추신수의 첫 출발은 고향인 부산에서 시작됐다. 고교 시절 이대호와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선수로 꼽혔던 추신수에겐 남다른 감회가 생길 만한 장소. 추신수는 "삼촌(박정태 전 코치)이 이 곳(사직구장)에서 야구를 했다. 밥 먹듯 들락날락 했던 곳이다. 경비실에 계신 분도 알 정도다. 많은 선배님들을 보며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운 굉장히 소중한 곳. 처음 선수단에 합류하는 곳이 사직구장이라고 들어 더 설레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에 올 땐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다시 찾으니 20년 동안 달라진 모습이 생소하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감상은 잠시 뿐, 추신수는 곧 SSG에서의 성공을 노래했다. 그는 "운동 선수라면 (우승은) 누구나 원하는 자리고, 내 마지막 목표이기도 하다. SSG의 제의를 수락한 것도 우승에 대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라며 "주변에선 '빅리그에서 우승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했지만,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미국에서 못했지만 한국에서 하는 게 오히려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 밝혔다. 추신수는 "미국에서 20년 간 야구를 하면서 (국내 팬들이) 추신수를 잘 모르고, 가까이 하기 쉽지 않았다. 이젠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소통할 수 있게 됐다. 한국에 돌려드릴 게 더 많다. 건강한 몸으로 올 시즌 144경기를 치르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고 다짐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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