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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수 앞에 2루수? 수베로 감독, 시범경기에서도 시프트 거는 이유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1-03-23 11:48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2021 KBO리그 시범경기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6회말 한화 3루수 노시환이 두산 오재원의 내야땅볼 타구를 몸을 날려 막아내고 있다. 한화 1루수는 이성열.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3.22/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2사 만루에도 3루수 바로 옆에 위치한 유격수. 2루 베이스 뒤에 바짝 붙은 2루수. 하위 타순 타자 타석에서도 중견수 앞에 위치한 내야수. 한화 이글스의 파격적인 수비 시프트가 화제다.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시범경기. 8회말 두산이 1점을 낸 후 2사 1루 찬스가 이어졌다. 한화 투수 서 균의 제구가 흔들리면서 강승호를 볼넷으로 내보낸 직후 타석에서는 박계범이 섰다. 박계범은 2구 연속 높게 들어온 볼을 고르고, 3구째를 노려 쳤다. 코스는 2루 베이스를 지나 중견수 앞까지 흘러 나가는 깨끗한 중전 안타였다. 분명 코스상으로는 안타 코스였지만 결과는 땅볼 아웃이었다. 2루 베이스 뒤쪽, 중견수 앞까지 위치를 바꿔 깊숙하게 수비하고 있던 한화 2루수 강경학이 재빠르게 튀어나와 베이스 바로 뒤에서 타구를 잡았고, 곧바로 1루 송구를 뿌렸다. 결과는 아웃. 안타가 될 수 있었던 타구를 땅볼로 낚아챈 순간이었다. 수비 성공에 한화 내야수들은 활짝 웃으며 이닝을 마쳤다. 그대로 안타가 됐다면 주자 1,3루 위기가 이어질 수도 있던 상황. 수비 하나로 흔들리던 서 균까지 돕는 최상의 결과가 나왔다.

최근 한화 야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요소인 수비 시프트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한화의 새 코칭스태프는 이번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를 거쳐 시범경기에서도 다양한 수비 시프트를 테스트하고 있다. 두산전은 한화가 실시하고 있는 실험 중 일부 단면에 불과하다. 앞서 다른 팀들과의 경기에서도 한화는 과감하면서도 파격적인 시프트를 선보이고 있다.

사실 시프트는 확률에 기댄 변화다. 다른 팀들도 시즌 중 중요한 상황에서, 중요한 타자를 상대할 때 시프트를 활용하곤 한다. 지난해 우승팀인 NC 다이노스는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김재환, 오재일 등 두산 중심 타자들을 상대로 한 세밀한 시프트가 적중하면서 승기를 잡기도 했다. 특정 선수가 그동안 어느 방향으로 가장 많은 타구를 날렸는지 숙지하고, 그 방향으로 더 많은 수비수를 배치하거나 수비수의 위치를 변경하는 게 시프트의 기본 방식이다. 기본적인 야수들의 수비 위치를 깨는 파격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감독, 코치가 수비 시프트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석'을 추구한다. 시프트가 통할 경우에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 기존 수비 체계까지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확률은 확률일 뿐, 막지 못할 확률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수베로 감독은 지금의 과정을 '데이터 누적'이라고 설명했다. 수베로 감독은 "지금은 최대한 많은 타자들에게 시프트를 걸어서, 어떤 타자가 시프트를 깰 수 있는지 찾아야 한다. 그래서 많이 시도하고 있고, 그런 데이터가 쌓이면 시프트를 할 때와 정상 수비에서 각각의 데이터를 확보해 더욱 유의미한 시프트가 이뤄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시프트와 정상 수비 데이터가 차이나지 않는 선수들에게도 극단적일 수 있는 풀 시프트를 걸겠다"고 예고했다. 지금은 어떤 것이든 테스트 할 수 있는 기간이기 때문에 타자를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은 결과를 확보한 후, 앞으로 수베로 감독과 한화 야구가 맞춰 나가야 할 최종 데이터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결과에 대한 부담이 적은 시범경기이기 때문에 모든 타자를 상대로 얼마든지 변화를 줄 수 있다. 물론 한화는 시범경기 시작과 함께 2연승이라는 쾌거도 함께 낚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프트가 일궈내는 한화 선수단의 분위기 변화다. 지난해 최하위에 처지며 함께 어두워졌던 한화 선수단 분위기는 새로운 코칭스태프, 새로운 변화 속에서 밝은 활기를 되찾았다. '우리도 해보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수베로 감독이 파격 시프트 뒤에 선수들에게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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