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23일 대구 KIA전.
김태진에게 볼넷, 터커에게 안타를 허용해 1사 만루에 몰렸다. 타석에는 이틀 연속 홈런을 날린 이진영. 패스트볼 만 5개 던진 끝에 풀카운트가 됐다. 밀어내기 볼넷을 내줄 수 있는 상황.
6구째 결정구는 예상을 깬 137㎞ 슬라이더 유인구였다. 일찌감치 꺾여 원바운드가 되는 날카로운 슬라이더. 이진영의 배트가 참지 못하고 돌았다. 헛스윙 삼진.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던 신형 거포. 그는 왜 땅에 처박히는 슬라이더에 속절없이 속고 말았을까. 이승현 슬라이더 회전수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
중요한 점은 회전수다. 평균 2737rpm, 최고 2899rpm에 달한다. 리그 최정상급이다.
심지어 메이저리그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 빅리그 슬라이더 평균 회전수는 약 2400rpm. 이승현은 트레버 바우어, 게릿 콜, 저스틴 벌렌더 등 메이저리그 톱 클래스 투수들의 슬라이더 회전수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승현이 던지는 커브는 더욱 기가 막히다.
평균 구속 123㎞, 최고구속 126㎞의 커브는 평균 회전수가 무려 3002rpm, 최고 회전수가 3146rpm에 달한다.
입이 떡 벌어지는 놀라운 수치다. 메이저리그 커브 평균 회전수는 약 2500rpm 정도.
3000rpm을 넘는 투수는 빅리그에서 조차 극히 드물다. 커브 장인 클레이튼 커쇼의 커브 회전수는 2400rpm, 찰리 모튼은 2900rpm의 커브를 구사한다. 대부분 국내 투수들의 커브 회전수는 평균 2000rpm을 넘지 못한다.
|
게다가 패스트볼과 타점이 흡사할 경우 공략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그라운드에 처박히는 이승현의 슬라이더 유인구에 이진영의 배트가 속절없이 돌아간 이유다.
이승현은 프로 입단 후 바로 실전에 투입된 동기생 이의리(KIA) 김진욱(롯데)과 달리 경산에 머무르며 기초 다지기에 매진했다.
"경산에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체중 감량을 통해 밸런스를 잡는 하체 운동을 꾸준히 했어요. 그러다보니 프로와서 근력이 좋아지고 볼 스피드도 조금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체계적 훈련 결과 패스트볼 구속까지 더 빨라졌다. 대구 상원고 시절 147㎞였던 구속이 지금은 평균 148㎞, 최고 152㎞까지 나온다. 회전수는 2229rpm, 최고 2439rpm이다.
게다가 타점까지 높다. 낙폭 큰 폭포수 커브와 날카롭게 떨어지는 슬라이더가 더욱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150㎞를 넘나드는 좌완 파이어볼러. 여기에 리그 정상급 회전수를 자랑하는 커브와 슬라이더를 겸비했다. 두둑한 배짱과 강한 승부욕은 또 다른 무기다.
구위는 입증됐다. 이제 이승현에게 필요한 건 실전 경험 뿐이다.
긴박한 상황 속 힘을 빼는 요령, 견제, 퀵모션, 수비 등 부수적인 능력치를 경기 경험을 통해 키워가면 된다. 리그를 호령할 최정상급 좌완 투수로의 성장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재테크 잘하려면? 무료로 보는 금전 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