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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많은 사람들이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에 관해 얘기하지만, 아직 충분히 다하지 못했다. 그의 활약은 정상이 아니다."
전반기 피칭 성적은 13경기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3.49. 67이닝 동안 35볼넷을 내줬고, 삼진 87개를 잡아냈다. 타석에선 타율 2할7푼9리(301타수 84안타), 33홈런, 70타점, 장타율 0.698, OPS 1.062를 마크했다. 홈런과 장타율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OPS 2위, 타점 3위이고, WAR은 베이스볼 레퍼런스와(5.5)와 팬그래프스(5.4) 기준 모두 1위다. 그는 14일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 역사상 처음으로 팬투표 아메리칸리그 지명타자 1위 및 전문가 선정 선발투수 자격으로 출전한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 때부터 투타 겸업을 모토로 내걸었다. 2017년 12월 팀을 고를 때 구단들에 설문지를 돌려 투타 겸업에 관한 답을 듣고 에인절스를 선택했다. 에인절스는 그가 원하는대로 투수와 타자로 출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겠다고 약속했다. 오타니에게 돈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올초 오타니와 2년 850만달러에 재계약할 당시 에인절스 페리 미나시안 단장은 ESPN 인터뷰에서 "오타니는 올해 투타 겸업을 재개할 모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매우 특별한 스타일의 선수라 협상에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며 합의점을 찾았다"고 했다.
지금 에인절스는 오타니의 활약에 잔뜩 고무돼 있지만, '만화'같은 일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알 수 없다. 1994년생인 오타니는 29세가 되는 2023년 시즌을 마치면 FA가 된다. 그때까지만 투타 겸업을 할 지, 아니면 FA 계약을 한 뒤에도 지금처럼 투타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할 지 가늠하기 힘들다. 후자라면 FA 시장에서 역대 최고 몸값을 찍을 지도 모른다. 포브스는 최근 오타니의 FA 연봉을 3000만달러 이상으로 예상했다.
선택은 물론 오타니에게 달렸다. 메이저리그를 꿈꿀 때처럼 적어도 30세가 될 때까지는 투타 겸업을 고집할 가능성이 높다. 월등한 하드웨어 조건이 의지를 불태울 만하다. 그러나 그 의지가 꺾인다면 결국 피지컬 문제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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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타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1918년이다. 4~5일에 한 번 선발등판하거나 대타로 가끔 타석에 서는 게 연봉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하던 터에 1차 세계대전에 빅리거들의 군입대 러시가 이어지면서 선수 부족 사태가 생기자 주전 타자(everyday player)로의 전향을 꿈꾸게 된다.
당시 레드삭스 에드 배로우 감독은 루스의 타자 전향을 망설이다가 외야수 해리 후퍼의 강력한 권유를 받고 투수로 나서지 않는 날 루스를 외야수 또는 1루수로 기용했다. 주전 야수로도 활동폭을 넓힌 루스는 그해 투수로 13승7패, 타자로는 11홈런을 치며 생애 첫 홈런왕에 올랐고, 레드삭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루스의 행보에는 탄력이 붙었다.
타격 재미에 푹 빠진 루스는 1919년 투수로는 9승5패에 그쳤지만 타자로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어 29홈런을 터뜨리며 전국구 홈런타자로 이름을 알렸다. 그가 메이저리그 최초로 연봉 1만달러를 받은 시즌이 1919년이다.
거포 변신에 성공한 루스는 1920년 뉴욕 양키스로 옮기면서 날개를 달았다. "타자에 전념하라"는 양키스 밀러 허긴스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입단한 그해 라이브볼 시대의 개막과 함께 54홈런을 날리며 메이저리그의 공격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지명타자제도가 없던 그 시절 투수가 타석에 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비록 두 시즌(1918~1919년)이지만 루스처럼 투타에서 모두 정상급 기량을 발휘한 선수는 없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오타니는 '루스의 환생'을 넘어 '현실의 슈퍼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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