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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김현수는 지난 7일 동메달결정전서 도미니카공화국에 패한 직후 방송 인터뷰 도중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최선을 다했고, 제가 잘 못해서 진 것 같습니다. 후배들은 정말 잘해줬고, 다음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아쉬운데"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김현수의 눈물은 패자의 눈물이고, 이승엽의 눈물은 승자의 눈물이다. 의미와 농도가 정반대다. 다른 해석을 곁들일 것도 없다.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막내로 참가해 이승엽과 함께 금메달 영광을 함께 누렸던 김현수가 13년 후 도쿄에서 '이승엽의 위치'가 됐지만 원하는 바는 이루지 못했다.
두 선수의 눈물은 13년을 사이에 두고 한국 야구의 어제와 오늘을 그대로 보여준다. 프로 선수들을 주축으로 대표팀을 꾸려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한국은 숱한 신화를 만들어냈다. 2006년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각각 4강, 준우승을 차지했고, 베이징올림픽에선 9전 전승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야구에는 에이스와 거포가 없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이 떠난 뒤 KBO리그 마운드는 외인 투수들 천하가 됐다. 이승엽 은퇴 후로는 국제용 거포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용병들'에게 에이스 자리와 중심타선을 빼앗긴 토종 선수들의 입지와 실력은 날로 좁아지고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10개 구단으로 늘면서 경기력 저하와 선수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외국인 선수 제도를 폐지하거나 구단수를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최근 한국 야구를 이끌 재목들이 나타나 희망의 싹을 되살릴 수 있게 된 건 다행이다. 최근 KBO리그 마운드에 '영건 시대'를 연 원태인 소형준 이민호와 이번 올림픽에서 두 차례나 선발로 호투한 이의리는 소중한 자원들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제 누군가 흘릴 눈물은 달콤한 눈물이 됐으면 좋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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