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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 없으면 퇴보" 안방 비운 국대 포수, 깨달음으로 맞이한 전환점 [SC 인터뷰]

이종서 기자

기사입력 2021-09-02 02:08 | 최종수정 2021-09-02 08:00


20일 창원NC파크에서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다. 경기 전 NC 선수들이 훈련했다. 상대팀 투수의 투구를 지켜보고 있는 양의지.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8.20/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안방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국가대표 포수는 또 한 번 야구에 대해 깨달음을 얻어 나갔다.

양의지(34·NC 다이노스)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포수 중 한 명이다. 투수를 편안하게 하는 리드는 물론 타석에서는 8년 이상 두 자릿수 홈런을 날리는 공격력을 자랑한다.

NC는 2018년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은 양의지에게 4년 총액 125억원을 안겼다. 양의지의 가치는 그만큼 대단했다.

양의지도 곧바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2020년 NC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한국시리즈 MVP는 양의지였다.

명실상부 최고의 포수지만, 양의지는 최근 '포수'가 아닌 '타자'로 나서는 일이 많아졌다. 팔꿈치 부상 여파로 지난 7월 7일부터 포수 마스크를 쓰지 못한 채 지명타자로 나서며 타격에만 집중하고 있다.

비록 포수로 나서지 않고 있지만, 양의지는 타자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양의지는 개인 통산 200홈런을 달성했다. 역대 31번째. 포수로는 박경완 강민호 이만수 홍성흔 김동수에 이은 역대 6번째다. 1일 홈런 하나를 더하면서 역대 포수 최다 5위 김동수(202개) 기록을 한 개로 추격했다.

역대 포수 최다 홈런 기록은 박경완의 314개. 양의지는 "기록에 대한 욕심은 없다"라면서도 "아직 은퇴한 것이 아니니 그만둘 때까지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기록이 쌓이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2021 KBO리그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17일 인천SSG랜더스필드 열렸다. NC 양의지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08.17/
팀 타선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지만, 포수로서 나서지 못한 채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양의지의 마음은 복잡했다.


양의지는 "포수로 안 나가면서 동생들이 하는 것을 보고 있는데, 저 자리에서 활약하고 도와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많다. 지금은 치는 것밖에 할 수 없어서 동생들과 팀에게 미안하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양의지는 '전환점'이라는 표현을 했다. 최고의 포수 자리에 있었던 그에게 다시 한 번 포수 마스크의 중요성과 야구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시기였다. 양의지는 "올해 부상 등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야구가 어렵게 느껴졌다"라며 "노력하지 않으면 퇴보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더 잘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선수로서 부상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아프지 않고 풀타임을 뛸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겠다"라며 "이제 (선수 생활이) 많이 남지 않았는데, 준비를 계속해서 잘해 더 좋은 성적도 내고 팀도 잘 이끌어야할 거 같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대신해 안방을 지키고 있는 후배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양의지가 포수 마스크를 쓰지 않는 상황에서 김태군과 박대온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경험이 많은 김태군과 달리 박대온은 출장수는 100경기 이상이지만, 주전으로 한 시즌을 이끈 경험이 없다. 아직은 성장이 필요한 단계다. 양의지는 "그라운드에서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수비할 때나 공격할 때 과감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2021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2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렸다. 4회말 NC 양의지가 솔로홈런을 치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양의지는 이 홈런으로 개인통산 200홈런을 달성했다. 창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8.27/
전반기 막바지 NC는 주전 선수 4명이 원정 중 숙소에서 외부인과 술자리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3명은 코로나19에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KBO와 구단 모두 이들에게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맞이한 후반기. 주장 양의지를 비롯해 고참들은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노력했다. NC 이동욱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많이 올라오면서 고참 선수들이 이들과 같이 다니면서 많이 이야기를 해주곤 한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양의지는 "(팀 분위기가) 안 좋다고해서 야구를 안 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자리에 들어가는 선수들이 주전이라고 생각하고 잘하고 있다. 이런 선수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나와 (나)성범이, (원)종현이 등 고참 선수들이 해야하는 역할이다. 처음 주전 선수로 나가게 되면 힘도 들고 슬럼프도 오는데, 잘 잡아준다면 한두 명의 스타플레이어가 나오지 않을까 싶은 생각으로 위안으로 삼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그는 "포수로 뛸 때는 잘 던지는 투수가 한 두 명 나오면 기분이 좋고 흐뭇했다. 요즘에는 고참이 되고 타자만 하다보니 옆에서 늘고 있는 선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에서 NC가 좋은 팀이 되겠구나 싶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NC의 주장이자, 선수협 회장으로서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특히 올스타 베스트12에 선정됐지만, 팬들 앞에 서지 못하는 무거운 마음도 함께 담았다. 양의지는 "이번 일로 팬들에게 많은 실망을 시켜드렸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올스타전이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는데, 관중이 계셨을 때 야구를 하는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선수들도 좀 더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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