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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이번 한번 때문에 이러겠나. 몇번을 참았는데 어젠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보기드물게 분노를 터뜨렸다.
9일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둔 브리핑에 임한 이강철 감독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쉽게 질문을 던지기 어려울 만큼 무거운 침묵이 주위를 감싸고 돌았다.
전날 KT는 KIA에 먼저 4점을 내주고도 어렵게 따라붙어 5대5 무승부를 기록했다. 선발로 나선 에이스 데스파이네는 베이스 커버에서 문제를 일으킬 만큼 집중력을 잃은 경기 끝에 1⅔이닝만에 교체됐다.
데스파이네 이야기가 나오자 이 감독의 표정이 한층 어두워졌다. 그는 "두드려 맞았지 않나"라며 깊은 한숨을 토해낸 뒤 작정한 듯 속내를 쏟아냈다.
"2스트라이크 잡아놓고 안타 볼넷 안타 볼넷, 투수가 베이스 커버도 안 가고 쳐다보고 있고. 아주 잘못된 행동이다. 야수들 세워놓고 투수가 뭘 하는 거야. 누누이 몇번을 참았는데, 어젠 도저히 넘어갈 수가 없었다. 던지기 싫다는 소리 아닌가."
박찬호에게 첫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내줬을 때, 데스파이네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중견수의 홈송구가 날아올 때까지도 파울 라인 안쪽에서 어정쩡하게 서있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미 홈플레이트 쪽으로 이동해 포수의 뒤를 지켜줘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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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빈의 1루 땅볼 때는 더욱 심각했다. 1루수가 타구를 잘 막았지만, 데스파이네의 1루 커버가 터무니없이 늦었다. 접전 상황에서 공까지 떨어뜨렸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이 감독은 데스파이네를 향해 레이저빔 같은 시선을 쏘아냈다.
평소 그는 선발투수를 쉽게 교체하지 않는 편이다. 경기 초반 부진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공 개수를 채우게 한다. 선발투수와 불펜 양쪽 모두를 고려한 선택이다. 위기나 투수 교체시 박승민 투수코치 대신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투수를 격려하는 모습도 자주 포착된다.
외인인 데스파이네와 쿠에바스는 더욱 특별하다. 특히 4일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데스파이네에 대한 이 감독의 고마움과 배려는 각별하다. 어떤 투수를 칭찬할 때도 "데스파이네가 있으니까 다른 투수들이 더 힘을 낼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인다.
하지만 전반기 8승6패, 평균자책점 2.45의 수퍼에이스가 올림픽 휴식기 이후 완전히 고꾸라졌다. 후반기 6경기 평균자책점이 무려 6.04에 달한다. 총 28⅓이닝으로, 이닝 이터의 명성이 무색하게 평균 5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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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타이거즈 최다승(150승)에 빛나는 KBO 레전드 투수다. 그의 투수 코칭 철학은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
"컨디션이 안 좋고 실력이 안되면 뭐라 하겠나.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지. 이런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 이런거 내버려두면 팀이 안 돌아간다. 이야긴 안했지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후반기 첫 등판 삼성전 기억하시나. 3연패 당하고 첫 경긴데 슬슬 던지다 얻어맞고. 우리 선수들, (1군)올라오면 정말 열심히 한다. 어떻게든 뛰려고, 이기려고 한다. 참고 지켜보는 것도 한계가 있다. (데스파이네 교체 후)분위기 바꾸고 따라가서 동점 만들지 않았나. 그게 내가 해야될 일이다."
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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