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베이스커버를 들어가야 할 1루수 문보경이 무의식적으로 타구를 향해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본 수아레즈가 급히 1루로 달려갔고, 문보경도 뒤늦게 1루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이미 늦었다. 조한민의 발이 더 빨랐다.
다음 타자 백용환을 6구 만에 파울팁 삼진으로 잡은 수아레즈의 투구 수가 77구로 늘어나자 경헌호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LG 쪽으로 승부는 기울었지만 수아레즈의 두 자릿수 승수인 10승과 한계 투구 수 80개 중 선택을 해야 했다.
단호한 표정의 수아레즈가 "괜찮다. 두 타자만 더 상대하겠다"라고 말했다. 정민규의 우익수 플라이, 노수광의 헛스윙 삼진. 8개의 공을 더 던진 수아레즈가 깔끔하게 5회를 마무리했다. 총 투구 수는 85개.
좌완 에이스의 성공적인 복귀에 모두가 기뻐했다. 류지현 감독은 직접 수아레즈에게 다가와 격려했고, 주장 김현수도 수아레즈를 꼭 껴안으며 고마워했다.
수아레즈에게 직접 다가와 격려한 류지현 감독
주장 김현수의 진심이 담긴 포옹. '건강하게 돌아와서 고마워'
하지만 정말 기뻐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문보경이다. 문보경은 더그아웃에 들어오자마자 미안한 표정으로 수아레즈를 껴안았다. 전문 1루수가 아닌 문보경의 경험 부족, 수아레즈는 통역을 통해 문보경의 잘못이 아니라며 다독였다. 문보경은 세 번이나 수아레즈를 껴안았고, 미안한 표정은 어느새 고마움으로 바뀌었다. 5분의 클리닝 타임이 짧게만 느껴진 두 남자의 훈훈한 브로맨스다.
수아레즈의 건강한 복귀와 LG의 9대1 승리, 한화전 2연승을 거둔 LG의 팀 분위기도 다시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이날 삼성과 KT가 나란히 패하며 LG의 선두권 경쟁에 희망이 생겼다.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