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4연승 우승. 완전 무결한 승리다. 역대 39번의 KBO리그 한국시리즈에서 9번째 나온 기록이다.
정규리그 1위를 달리다가 막판 삼성 라이온즈에 1위 자리를 내주며 억울한 2위가 될 뻔했지만 1위 결정전서 기적같은 승리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KT는 그만큼 더 성장해 있었다. 한국시리즈라는 큰 경기에서 오히려 자신의 실력을 100% 발휘하며 타격, 투수력, 수비, 주루 등 모든 면에서 두산을 압도했다.
2015년 1군에 올라온지 7년만에 거둔 우승의 감격. '강철 매직' 이강철 감독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KT는 이 감독이 온 이후 특별한 선수 보강을 하지 않았다. 필요한 자원을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을 뿐, 2018년 황재균 영입 이후 외부FA를 데려오지 않았다. 감독으로선 전력 보강없이 팀을 위로 끌어올리는게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이 감독은 KT 최초 기록을 계속 만들어냈다. 부임 첫 해인 2019년 처음으로 5할 승률(71승2무71패)에 올려놓았다. 2018년 9위였던 팀을 6위로 올려놓았다. 그리고 지난해엔 2위로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3년 계약을 했지만 2년만에 다시 3년 재계약을 했다. 그리고 2021년 정규시즌 MVP 멜 로하스 주니어가 빠져 전력이 크게 다운됐음에도 선수들과 하나돼 정규리그 우승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선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나섰다. 오로지 팀 승리만을 위한 철저한 계산 속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한국시리즈 엔트리는 총 30명. KT는 투수 13명, 포수 3명, 야수 14명으로 구성했다. 그런데 3차전까지 뛴 선수는 총 18명 뿐이었다. 투수는 윌리엄 쿠에바스, 소형준,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등 선발 3명에 고영표 조현우 김재윤 등 불펜 3명만 나왔다. 타자들도 주전 9명에 김민혁 송민섭 신본기 등 대주자, 대수비 요원 3명만 뛰었다. 3경기 내내 12명의 선수들은 벤치에서 동료들의 플레이에 응원만 했다.
이렇게 큰 한국시리즈에서 뛰어 보는 것도 선수들의 경험 면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여유를 두지 않았다. 기존 필승조가 있음에도 이 감독은 가장 믿을 수 있는 고영표를 셋업맨으로 기용했고, 왼손 전문으로 조현우를 고려했다. 물론 이들이 좋은 피칭을 못한다면 다른 투수들이 나가야 하지만 모두 자신의 역할을 잘해줬기에 투수들이 별로 필요가 없었다. 이 감독은 "선수 때도 큰 경기서는 (투수가) 7명으로 끝나기도 했다"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예전 해태 시절에도 김응용 감독님이 잘던진 투수들만 던지게 하셨다"라고 했다. 이어 "자주 나가면 긴장감이 사라진다. 그런 상황에서 새 선수를 넣기가 힘들다"는 이 감독은 "끝나고 보면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본인도 다 인지하고 있더라"면서 승리를 위한 선택임을 밝혔다.
정규시즌에서의 운영과 포스트시즌에서의 운영을 완전히 달리한 두 얼굴의 감독. 1996년 해태시절 한국시리즈 MVP 출신 최초로 한국시리즈까지 우승시킨 감독이 됐다.
고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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