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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FA긴 하지만, 우리 선수 아닌가. 꼭 잡는다는 생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스타 선수가 적당한 가격에 남아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 말은 이렇게 하고 놓치는 경우도 물론 있다. 선수의 가치를 원 소속팀보다 더 인정하는 팀이 있을 수 있고, 구단마다 사정이 다르다. FA 이적을 배신자 취급하는 시대는 지났다. 팀은 떠나는 선수를 원망하기보단, 보상 선수와 신예 육성을 통해 분위기를 다잡고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한다.
롯데 자이언츠는 어떨까. 최근 몇년간 전준우, 이대호, 손아섭, 정 훈 등 팀을 대표하는 베테랑 선수들이 줄줄이 FA가 됐다. 하지만 구단의 대응은 타 팀과 다르다. FA를 선언한 순간 이미 '집토끼'가 아니다. 오랜 인연에게 애정을 표하기보단, 침묵과 냉정함으로 FA라는 선을 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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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공인 '부산의 심장'이자 롯데 그 자체였던 이대호도 예외가 아니었다. 리그를 대표하는 수퍼스타답지 않게 에이징커브 논란이 커졌다.
올해의 손아섭 또한 마찬가지다. 시즌초 긴 부진을 겪었지만, 결국 시즌이 끝나고 보니 3할을 훌쩍 넘는 타율(0.319)을 기록했다. 최다안타 부분 4위(173개)도 인상적이다. '느림보' 타선에서 팀내 도루 1위(11개)는 덤. 이러니저러니 해도 래리 서튼 감독이 강조하는 '베테랑 리더십'의 일원이자 팀의 주축 선수임을 증명했다. 2007년 데뷔 이래 롯데에서만 15년간 뛴 원클럽맨이자 '오빠 므찌나(멋지나)'로 대표되는 부산 토박이 프랜차이즈 스타다.
하지만 손아섭 역시 저평가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예전만 못한 수비와 4할 아래로 내려앉은 장타율이 문제로 지적된다. 그런가 하면 정 훈은 지난 시즌 14홈런을 쏘아올린 장타력이나 멀티맨 능력보다 보상금 1억 5000만원의 '가성비'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간혹 FA 선수와 팬들 사이에 은근한 앙금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4년전 손아섭이 그랬다. 일각에서는 '떠날 테면 떠나라'는 반응마저 나온다. 야구는 사람이 하는 경기다. 선수들의 서운함마저 프로 의식 부족으로 몰아갈 순 없다. 양 측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구단의 케어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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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2년간 대체불가 유격수의 면모를 뽐냈던 마차도 대신 메이저리그에서도 수비로 인정받는 중견수였던 DJ 피터스를 영입한게 롯데의 속내를 보여준다. 앞서 마차도를 데려올 땐 내야가 급했고, 지금은 외야 안정이 더 급하다는 것. 홈런도 도루도 줄어들었지만, 만약 손아섭이 빠진다면 그 빈자리를 대체할 선수가 마땅찮은게 현실이다.
롯데 출신 FA는 왜 매번 저평가에 시달릴까. 야구는 흐름의 경기고, 멘털 스포츠이자 팀 스포츠다. 4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란 결과가 단순히 선수들의 실력 부족 때문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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