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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빗속의 트라웃'과 시즌 첫승, 미소로 응수했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2-05-01 18:27 | 최종수정 2022-05-01 18:31


시카고 화이트삭스 빈스 벨라스케스가 1일(한국시각) LA 에인절스전에서 1회말 투구를 하고 있다. 벨라스케스는 5⅔이닝을 4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첫 승을 따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시카고 화이트삭스 우완투수 빈스 벨라스케스(30)는 1일(이하 한국시각) LA 에인절스전을 평생 잊기 어려울 것 같다.

벨라스케스는 전날까지 6연승을 달리며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린 에인절스 타선을 5⅔이닝 동안 4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4사구를 한 개도 내주지 않고 삼진을 6개 잡아내는 깔끔한 피칭이었다. 화이트삭스의 4대0 승리.

지난해 6월 30일 마이애미 말린스전(7이닝 2안타 무실점) 이후 약 10개월 만에 맛본 짜릿한 승리. 개인 9연패를 끊었는데, 상대가 막강 타선을 자랑하는 에인절스였다.

당대 최고의 '쌍포' 마이크 트라웃과 오타니 쇼헤이가 이끄는 팀이다. 둘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3,4번타자로 나섰다. 벨라스케스가 두 선수를 상대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두 선수를 모두 2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잠재웠다.

1회초 1사 1루서 잇달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둘 다 4구째 93마일 직구를 결정구로 던졌다.

두 번째 대결은 4회초였다. 이번에는 두 타자를 모두 풀카운트에서 6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트라웃은 바깥쪽으로 살짝 흐르는 84마일 슬라이더, 오타니는 가운데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83마일 너클커브였다. 둘을 합계 4타수 무안타로 잠재웠으니, 분명 승리의 원동력이라 꼽을 만하다.

빌라스케스는 6회초 트라웃과 다시 만났다. 한데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나왔다. 에인절스의 6회 공격 때 비가 퍼붓기 시작하다 트라웃 타석에서 폭우로 변했다. 볼카운트 2B2S에서 심판진은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모든 선수들이 쏜살같이 더그아웃으로 뛰어들어갔는데, 트라웃은 타석에, 벨라스케스는 마운드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었다.

둘은 서로를 마주보며 웃음을 주고받았다. 이 타석에서 끝장을 보자는 뉘앙스. 경기 후 벨라스케스는 "그 이닝에서 마지막 공을 던지고 싶었다. 승부욕이라는 게 뭔지 나온 것 같다. 적어도 그 이닝을 끝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1시간 1분 뒤에 속개된 경기에서 벨라스케스는 교체됐고, 다음 투수 태너 뱅크스가 트라웃을 초구에 2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벨라스케스가 8개를 던졌으니, 트라웃은 해당 타석에서 9구째 아웃된 것이다.

트라웃은 3회 MVP, 오타니는 지난해 만장일치 MVP다. 둘과의 첫 맞대결을 완승으로 이끌고 시즌 첫 승까지 따냈으니 기쁨 두 배였을 것이다.

벨라스케스는 2010년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지명을 받아 201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2018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9숭12패, 평균자책점 4.85, 161탈삼진을 올린 게 커리어 하이다. 지난 3월 화이트삭스와 1년 300만달러에 FA 계약을 맺고 7년 만에 아메리칸리그로 옮겼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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