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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더라인만 보고 던졌는데…" 7.83→4.14,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 그 속에 담긴 비밀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05-28 13:56


최근 4연승을 달리며 시즌 5승째와 함께 팀의 4연패를 끊은 이민호가 경기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탈삼진이 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승리는 배로 늘었다.

무슨 영문일까. LG 영건 이민호(21)가 게임 운영에 눈을 뜨고 있다. 힘으로 윽박지르는 투구가 전부가 아님을 깨닫고 실천하고 있다. 스스로 빠른 승부의 효험을 깨달았으니 더 발전할 일만 남았다.

이민호는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와의 시즌 4차전에 선발 등판해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5⅔이닝 2안타 2볼넷 무실점. 5대0 승리를 이끌며 팀의 4연패 탈출에 앞장섰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10일 잠실 한화전 이후 파죽의 4연승을 달리며 시즌 5승째(2패). 삼성이 자랑하는 외인 선발 알버트 수아레즈(5⅓이닝 9안타 5실점)을 압도하는 눈부신 호투였다.

최고 구속은 147㎞. 탈삼진은 2개 뿐이었다. 이민호는 평균 구속 145㎞를 던지는 파이어볼러. 탈삼진 욕심은 당연한 본능이다. 하지만 생각을 바꿨다.


경기 후 방송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민호.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이민호는 최근 좋은 페이스를 이끄는 달라진 점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생각하는 거 하나 정도, 그거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 생각의 차이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왠지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거의 다 보더라인만 보고 던져서 안 좋았어요. 요즘은 일단 빨리 치게 해서 결과를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안타를 맞더라도 일단 타자가 쳐야 수비들이 도와주거나 뭐 할 수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투수로선 해탈 경지에서 나올 수 있는 바로 그 '맞혀잡는 피칭'이다.

"보면 아시겠지만요. 제가 삼진이 적거든요. 그것도 그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삼진 잡으려고 하기보다는 제 구위를 믿고 맞혀서 결과를 만들려고 하는 그런게 삼진이 줄어든 데 영향을 좀 준 것 같아요."

실제 많이 줄었다. 9경기 41⅓이닝 동안 탈삼진은 19개 뿐이다. 9이닝당 탈삼진은 4.14개.

지난해 25경기 115이닝 100탈삼진(9이닝당 7.83개)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탈삼진은 반으로 줄었는데 승리는 두배 가까이 늘었다. 벌써 5승째. 지난해 8승(9패)을 거둔 25경기를 출전할 경우 산술적으로 14승을 거둘 수 있는 페이스다.


2022 KBO리그 LG트윈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27일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선발투수 이민호가 삼성타선을 상대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05.27/

2022 KBO리그 LG트윈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27일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이민호가 6회초 1사 1루에서 구자욱을 삼진으로 잡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05.27/
효과는 확실하다. 힘을 덜 들이고 길게 갈 수 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해 줘야 하는 선발 투수로서의 덕목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특별히 구속을 의식하지 않아요. 지금 방향성은 효율성에 있거든요. 투구수도 많이 안 가져가고 있고 이닝도 길게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굳이 일부러 '삼진 많이 잡아야겠다' 이런 생각은 안해요. 오히려 그러다 보면 공 한두 개 빠지면 또 볼넷으로 내보내고 그게 이제 안 좋은 효과로 나타날 수 있어서 지금은 그냥 이대로 하는 거 괜찮은 것 같아요."

포커스는 탈삼진 보다 불필요한 볼넷 줄이기다.

"볼넷은 승부처에서 1루가 비어있을 때 강타자에게 어렵게 승부하다 어쩔 수 없이 줘야 하는 상황도 있죠. 그게 아닌 주자 없을 때 주는 쓸데 없는 볼넷이 제일 아쉬운 것 같아요. 그래서 그걸 없애려고 하고 있어요. 최대한 줄여야 이닝도 길게 가고 훨씬 더 효율적인 피칭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생각의 성장은 몸의 성장을 이끈다. 생각한 대로 몸은 반응하기 마련이다.

불과 3년 만에 큰 깨달음을 얻은 이민호. 지속가능한 호투 행진이 이어질 것 같다. 이제 명실상부 청년 에이스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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