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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 나타난 나지완의 마지막 모습, 씩씩하게 웃으며 손 흔들었지만...

정재근 기자

기사입력 2022-09-02 10:27 | 최종수정 2022-09-02 10:50


은퇴 발표 후 KIA 더그아웃에 들른 나지완의 모습. 광주=정재근 기자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더 이상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나지완이 정들었던 KIA 타이거즈와 작별을 고했다.

나지완이 1일 오후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를 방문해 장정석 단장과 김종국 감독을 만나 은퇴 의사를 전달한 후 KIA 더그아웃을 방문했다. 미처 인사를 나누지 못한 코치진을 보기 위해서다.

이미 홈팀 훈련이 시작된 시간. 그라운드에서 선수단이 바쁘게 움직이며 예정된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유니폼이 아닌 흰색 라운드 티셔츠 차림의 나지완이 더그아웃에 서 있는 모습이 참 낯설었다.

애써 웃으며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나지완의 표정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나지완을 발견한 진갑용 수석코치가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담담하게 웃는 나지완의 모습을 보며 진 코치는 엄지를 들어 보이며 격려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코치들을 향해 나지완은 밝은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허리를 숙였다.

짧은 인사를 마치고 돌아나가던 나지완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몇 번이나 몸을 돌려 챔피언스필드와 선수단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더그아웃 반대편 끝에서 나지완의 모습을 지켜본 김종국 감독이 팔에 얼굴을 묻고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김 감독은 나지완의 은퇴 발표 후 "아까 나지완을 만났다. 퓨처스리그에 있는 동안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은퇴한다고 하니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어 미안하고 착잡하다"며 아쉬워했다. 또 "은퇴 결정을 하고 나니까 마음이 편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나지완과 룸메이트도 같이 하며 15년을 보낸 사이다. 김 감독은 나지완에 대해 "덩치가 크지만 센스 있고 눈치도 빠르고 스마트한 선수였다"고 기억했다.

은퇴 발표 후 나지완은 "팀의 미래와 무럭무럭 성장하는 후배들을 위해 현역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심했다. 15년 동안 팬 여러분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팀 고참으로서 역할을 해야 할 때 부상과 부진으로 팬들의 응원과 사랑에 보답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최고의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마음속 깊이 새기며 살겠다"고 전했다.

2008년 2차 1라운드로 KIA 타이거즈에 입단한 나지완은 KBO 통산 15시즌 1472경기에 출전해 1265안타(221홈런) 862타점 668득점 OPS 0.857을 기록했다.


나지완의 221홈런은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최다 홈런 기록(종전 김성한 207개)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팬들의 뇌리에 남은 순간은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환호를 추억으로 남긴 채 나지완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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