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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도 MLB처럼 수비 시프트 폐지하나, 현재 계획은?[SC핫이슈]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2-09-19 10:55 | 최종수정 2022-09-19 10:56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한화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5회 LG 김현수가 한화 라미레즈를 상대로 솔로홈런을 날렸다. 수비 시프트를 선보이고 있는 한화 선수들. 대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8.12/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MLB(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2023시즌부터 극단적 수비 시프트를 폐지한다. 이제는 KBO리그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형태의 시프트 역시 내년부터 MLB에서는 금지 대상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까.

MLB는 지난 10일(한국시각) MLB 경기위원회 투표 결과 2023시즌부터 적용될 일부 규정 개정안이 가결됐다고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피치 타이머(투구간 시간 제한) 도입', '투수의 주자 견제 횟수 제한', '베이스 크기 한 변 15인치에서 18인치로 확대' 그리고 '수비 시프트 제한'이다. 수비 시프트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2023시즌부터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내야수들은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까지 2루 베이스를 기준으로 양쪽에 2명씩 서있어야 한다. 한쪽에 3명의 내야수가 서있을 수 없다. 또 이닝 도중에는 내야수끼리의 포지션 변경도 금지되며, 규정을 어긴 상태에서는 투수가 스트라이크가 던져도 볼이 선언된다.

해당 내용은 현재 KBO리그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수비 시프트다. 타자의 타구 생성 방향을 확률로 계산한 후, 내야로 빠져나가는 타구를 잡아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시행하는 시프트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 두산 베어스 좌타자 김재환이 타석에 서면 상대 내야수들은 1루와 2루 사이에 3명의 내야수가 배치된다. 1루수와 2루수 그리고 유격수가 원래의 자리를 비우고 2루 베이스 방면에 바짝 붙어 오른쪽으로 치우친다. 원래대로라면 3루 베이스를 지키고 있을 3루수는 보통의 유격수가 서있는 자리로 이동한다. 좌타자인 김재환이 당겨치는 빠른 타구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오른쪽을 최대한 방어하겠다는 의도다.

MLB에서는 LA 에인절스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도 좌타자로써 오른쪽 타구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상대 팀들은 거의 매 타석 오타니를 향한 내야 우편향 수비 시프트를 선보인다. 수치상으로도 오타니는 시프트로 인해 손해를 가장 많이 보고 있는 타자 중 한명이다.

2023시즌부터는 이런 극단적 시프트가 금지된다. 시프트가 안타성 타구를 걷어내 야구의 재미를 떨어트린다는, '공격지향성' MLB 사무국의 의도가 강하게 반영돼있다.

그렇다면 KBO의 분위기는 어떨까. KBO는 그동안 MLB의 규정 변화에 늘 민감하게 대응해왔다. MLB는 세계야구의 흐름을 주도하는 리더다. MLB의 규정이 몇년 후에는 세계 규정이 될 수밖에 없고, 특히나 WBC 같은 국제 대회에서는 MLB 규정이 기준이다. KBO 역시 향후 여러 변수들을 차단하기 위해 MLB의 규정 변화를 면밀히 살피고, 그동안은 따라왔다.

현재 극단적 수비 시프트 폐지 역시 KBO도 살피는 상황이다. 한 KBO 관계자는 "아직 정확히 어떻게 적용할지는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MLB의 상황을 꾸준히 주시하고 있다. 수비 시프트 뿐만 아니라 다른 규정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마이너리그에서 도입 중인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등 여러 변화들을 KBO도 계속해서 수치상으로 체크하고, 언제 어떻게 도입할지 의논을 하고 있다. 수비 시프트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MLB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다. 다만, 여러 장단점들을 면밀하고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현재까지의 논의 진척도를 전했다.

사실 수비 시프트 폐지가 안타 생산율을 높이게 되면(특히 좌타자), 득점 가능성도 높아지고 그렇게 되면 경기 시간이 늘어날 확률이 크다. MLB와 KBO가 현재 최우선시 하는 '스피드업'과는 반대 방향이다. MLB는 그래서 '피치 타이머'와 '주자 견제 횟수 제한' 등의 추가 규정을 도입한다. 전반적으로 투수들에게 너무 불리하다는 선수들의 볼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KBO 역시 현장의 반응은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MLB의 흐름은 KBO 입장에서도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 시기의 문제일 뿐, (극단적) 수비 시프트 폐지 역시 현실이 될 확률이 높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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