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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잇지 못했습니다" 면목없는 초라한 퇴장, 그래도 'FA 대박'에 총력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2-10-24 15:30 | 최종수정 2022-10-24 15:31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가 24일(한국시각)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2회말 볼넷으로 출루한 뒤 후속타 때 3루에 진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뉴욕 양키스가 충격적인 스윕 탈락의 수모를 당하면서 애런 저지도 고개를 숙인 채 가을야구 무대에서 퇴장했다.

양키스는 24일(이하 한국시각)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4차전에서 5대6으로 패했다.

시리즈 전적 4패로 스윕을 당한 양키스는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월드시리즈 패권 사냥에 나섰으나, 휴스턴의 거침없는 질주에 녹아웃되며 최근 5연속 ALCS 문턱을 넘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클까. 애런 분 감독을 비롯한 벤치와 투수진, 야수진 모두의 책임이겠으나, 타선이 받아야 할 비난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포스트시즌 9경기에서 양키스의 팀 타율은 0.173으로 가을야구에 오른 12팀 중 11위에 그쳤다. 시리즈 전체를 본다면 역시 홈런왕 저지의 침묵이 가장 아쉽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 9경기에서 저지는 타율 0.135(36타수 5안타), 2홈런, 3타점, 5득점, 2볼넷, 15삼진을 기록했다. ALCS에서는 더 심각했다. 4경기에 모두 선발출전해 타율 0.063(16타수 1안타)에 홈런과 타점을 하나도 올리지 못했다.

이날 4차전에서 저지는 4회말 1사 1루서 상대 선발 랜스 맥컬러스 주니어의 87마일 체인지업을 힘차게 받아쳐 외야 멀리 보냈지만, 펜스 앞에서 중견수에게 잡히고 말았다. 이번 ALCS에서 가장 잘 맞힌 타구였다. 이어 6회말 해리슨 베이더의 솔로홈런으로 양키스가 5-4로 전세를 뒤집은 직후에는 루킹 삼진을 당했고, 패색이 짙던 9회말 2사후 마지막 타석에서는 투수 땅볼로 힘없이 물러났다.

저지는 정규시즌서 62홈런을 터뜨리며 아메리칸리그 한 시즌 최다 기록의 주인공으로 올라섰다. 1961년 로저 매리스의 기록을 61년 만에 깨트린 것이다. 투타 겸업 오타니 쇼헤이를 넘어 아메리칸리그 MVP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저지를 앞세운 양키스가 포스트시즌서도 강세를 나타낼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저지가 무너지면서 양키스도 침몰했다. 재미있는 것은 앞서 시즌 60홈런을 터뜨린 역대 5명 가운데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본 선수가 공교롭게도 양키스 선배들인 베이브 루스와 매리스 둘 뿐이라는 점이다.


루스는 1927년 정규시즌서 60홈런을 날린 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월드시리즈 4경기에서 2홈런과 7타점, 타율 0.400(15타수 6안타)를 때리며 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 매리스도 61홈런을 날린 1961년 월드시리즈에서 5경기에 나가 타율 0.105(19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을 터뜨렸다.

루스와 매리스가 이뤄놓은' 60홈런=양키스 우승' 전통을 저지가 잇지 못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스테로이드 시대를 대표했던 배리 본즈, 새미 소사, 마크 맥과이어는 60홈런을 날린 시즌에 월드시리즈 문턱조차 가보지 못했는데, 저지 역시 60홈런을 마크했음에도 월드시리즈 무대에 서지 못했다.

이제 올해 그는 FA 시장에서 몸값 극대화에 주력하는 일만 남았다. 저지는 남의 잔치가 된 월드시리즈가 끝나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다. 양키스 잔류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MLB.com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뉴욕 메츠, LA 다저스, 보스턴 레드삭스도 저지 영입에 열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가을야구는 뒤로 하고 62홈런을 내세워 평균 연봉 역대 야수 최고액인 3600만달러 이상의 8~10년 계약 도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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