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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FA 투수 최대어 제이콥 디그롬이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뒤 그가 왜 뉴욕 메츠를 그토록 외면했는지 궁금증이 폭발하고 있다.
우선 텍사스와의 계약은 전격적이었다. 크리스 영 텍사스 단장은 지난 2일 브루스 보치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디그롬 영입 소식을 전했다. 디그롬과 적극적으로 협상한다는 걸 알고 있던 보치 감독은 "농담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앞서 보치 감독은 지난달 화상 면접에서 디그롬과 그의 아내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들었는데, 최종 결정까지는 몇 주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한데 디그롬은 텍사스의 제안을 들은 뒤 하루 만에 계약하자고 전해왔다. 메츠의 최종 오퍼는 듣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빌리 에플러 메츠 단장이 디그롬의 텍사스행을 인지한 건 3일 언론 보도가 나오기 직전이었다.
메츠 입장에서도 디그롬과의 계약이 물건너간 게 나쁘지만은 않은 상황. 2시즌 동안 팔과 어깨 부상으로 절반 이상을 재활에 쏟은 디그롬에게 더 높은 조건을 제시할 의사는 없었다. ESPN은 '오히려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메츠 구단을 감돌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디그롬은 메츠에서 어떤 선수였을까. 득점지원이 늘 부족했지만, 한 번도 불평을 늘어놓은 적이 없는 존경받는 동료였다고 한다. 디그롬은 사이영상을 받은 2018~2019년, 2년 동안 6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05를 올렸음에도 21승 밖에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에서는 동료들과 거리감이 느껴지는 선수였다고 한다. 자기 얘기를 잘 안하는 선수, 특히 1년여 동안 동료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그런 인식은 더욱 악화됐을 수 있다. 프란시스코 린도어 같은 동료들은 2020년 메츠 구단주가 된 스티브 코헨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지만, 디그롬은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최근 들어서는 미디어와의 소통도 피하는 경우가 잦았다.
ESPN에 따르면 디그롬은 뉴욕에서 뛴다는 점에 대해 별 자부심을 느끼지 않았는데, 지구 라이벌 애틀랜타 선수들조차도 이 점에 동의한다. 심지어 애틀랜타 선수들한테 기회가 된다면 어릴 적 팬이었던 애틀랜타와 계약했으면 하는 마음을 드러냈다고 한다.
에이전트 스티브 벨트먼이 텍사스와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디그롬은 댈러스에 거주할 집을 이미 물색해놨고, 뉴욕의 한 지인은 "그가 목장(텍사스)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디그롬은 지난 3월 스프링캠프에서 "시즌 후 옵트아웃을 행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코헨 구단주가 재활 중이던 디그롬과의 연장계약에 대해 "시즌 끝나고 생각해볼 사안"이라고 말한 직후였다. 디그롬은 어깨 부상을 입은 4월 초, 복귀를 앞둔 7월에도 입장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FA 맥스 슈어저가 역대 최초로 연봉 4000만달러를 받는 조건에 메츠 유니폼을 입고 디그롬의 동료가 됐다.
결국 디그롬은 올시즌 내내 메츠를 떠날 궁리만 하고 있었던 셈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