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그롬, 메츠 떠날 궁리만 했다" 美매체, 뭐가 서운했던걸까

최종수정 2022-12-05 14:08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계약을 한 제이콥 디그롬은 애시당초 뉴욕 메츠를 떠날 결심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USATODAY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FA 투수 최대어 제이콥 디그롬이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뒤 그가 왜 뉴욕 메츠를 그토록 외면했는지 궁금증이 폭발하고 있다.

텍사스는 구단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각) 디그롬과 5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하고 윈터미팅이 끝난 뒤 입단식을 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양측이 합의한 계약은 5년 1억8500만달러, 2028년 베스팅 옵션을 포함하면 6년 2억2200만달러, 연평균 3700만달러를 받는 조건이다. 베스팅 옵션은 디그롬이 부상만 없다면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디그롬이 원소속팀 메츠의 최종 오퍼를 듣기도 전 텍사스와 계약했다는 것이다. ESPN은 5일 '디그롬이 어떻게 메츠를 차버리고 레인저스의 일원이 됐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디그롬이 메츠를 떠나게 된 경위를 상세하게 전했다. 내용은 이렇다.

우선 텍사스와의 계약은 전격적이었다. 크리스 영 텍사스 단장은 지난 2일 브루스 보치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디그롬 영입 소식을 전했다. 디그롬과 적극적으로 협상한다는 걸 알고 있던 보치 감독은 "농담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앞서 보치 감독은 지난달 화상 면접에서 디그롬과 그의 아내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들었는데, 최종 결정까지는 몇 주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한데 디그롬은 텍사스의 제안을 들은 뒤 하루 만에 계약하자고 전해왔다. 메츠의 최종 오퍼는 듣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빌리 에플러 메츠 단장이 디그롬의 텍사스행을 인지한 건 3일 언론 보도가 나오기 직전이었다.

ESPN은 '디그롬이 메츠에 더이상 연락하지 않은 건 메츠 관계자들이 우려했던 것들이 드러난 꼴이다. 즉 올시즌 등판하는 날 록밴드 리더드 스키너드의 Simple Man을 들으며 몸을 푼 디그롬은 뉴욕을 떠나고 싶어했을 것'이라며 '결국 3년 1억1500만달러였던 메츠의 오퍼는 트레이드 전면 거부권과 2028년 옵션을 첨부한 텍사스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도 디그롬과 접촉했지만, 최근 가격이 올라가자 물러섰다'고 전했다.

메츠 입장에서도 디그롬과의 계약이 물건너간 게 나쁘지만은 않은 상황. 2시즌 동안 팔과 어깨 부상으로 절반 이상을 재활에 쏟은 디그롬에게 더 높은 조건을 제시할 의사는 없었다. ESPN은 '오히려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메츠 구단을 감돌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디그롬은 메츠에서 어떤 선수였을까. 득점지원이 늘 부족했지만, 한 번도 불평을 늘어놓은 적이 없는 존경받는 동료였다고 한다. 디그롬은 사이영상을 받은 2018~2019년, 2년 동안 6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05를 올렸음에도 21승 밖에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에서는 동료들과 거리감이 느껴지는 선수였다고 한다. 자기 얘기를 잘 안하는 선수, 특히 1년여 동안 동료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그런 인식은 더욱 악화됐을 수 있다. 프란시스코 린도어 같은 동료들은 2020년 메츠 구단주가 된 스티브 코헨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지만, 디그롬은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최근 들어서는 미디어와의 소통도 피하는 경우가 잦았다.

ESPN에 따르면 디그롬은 뉴욕에서 뛴다는 점에 대해 별 자부심을 느끼지 않았는데, 지구 라이벌 애틀랜타 선수들조차도 이 점에 동의한다. 심지어 애틀랜타 선수들한테 기회가 된다면 어릴 적 팬이었던 애틀랜타와 계약했으면 하는 마음을 드러냈다고 한다.

에이전트 스티브 벨트먼이 텍사스와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디그롬은 댈러스에 거주할 집을 이미 물색해놨고, 뉴욕의 한 지인은 "그가 목장(텍사스)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디그롬은 지난 3월 스프링캠프에서 "시즌 후 옵트아웃을 행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코헨 구단주가 재활 중이던 디그롬과의 연장계약에 대해 "시즌 끝나고 생각해볼 사안"이라고 말한 직후였다. 디그롬은 어깨 부상을 입은 4월 초, 복귀를 앞둔 7월에도 입장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FA 맥스 슈어저가 역대 최초로 연봉 4000만달러를 받는 조건에 메츠 유니폼을 입고 디그롬의 동료가 됐다.

결국 디그롬은 올시즌 내내 메츠를 떠날 궁리만 하고 있었던 셈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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