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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6일 대전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KIA 타이거즈 경기. 양팀이 옛 유니폼을 착용하고 '레전드 매치' 시리즈를 진행했다. KIA 선발투수 한승혁(30)은 5회까지 한화 타선을 3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삼진 6개를 곁들여 빈틈없이 봉쇄했다. 6회말 아쉽게 2실점(1자책)했으나, 시즌 두번째 승리를 거두고,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했다. 김종국 감독은 다음 날 "최근 몇 년간 한승혁이 던진 경기 중 최고였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앞서 4월 7일 한화전에 시즌 첫 선발로 나서 5⅔이닝 5안타 2실점(1자책)했다.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한화를 상대로 기분좋은 출발을 했다.
"많이 아쉽기는 해도 개인적으로는 잘 된 것 같다. 이제 지난 이야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여기서 잘 적응해 이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우선이다."
지난 19일 구단에서 지급한 유니폼을 입고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아직 좀 어색하지만 유니폼을 입으니 이적이 실감난다.
병역 의무를 마치고 맞은 첫 시즌. 지난해 4선발로 시작했다. 준비 과정이 필요했다. 착실하게 몸을 풀고 던질 수 있는 선발이 좋았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지난 시즌을 뛰었기 때문에 올해는 더 좋아질 것이다. 팀에 필요한 보직, 방향에 맞춰가겠다. 욕심을 버리고 잘 따라갈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올시즌 선발 로테이션의 그림 대략 나와 있다. 외국인 투수 2명과 국내 에이스 김민우, 장민재, '영건' 문동주 남지민이 선발로 시즌을 시작한다. 스프링캠프에서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6명이 선발로 나선다.
직구 구위는 KBO리그 최고 수준이다. 시속 150km 중반까지 나오는 빠른공이 위력적이다. 불같은 강속구에는 세금이 따른다. 제구 불안이다. 또 그동안 끊임없이 부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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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야구장 마운드에 서면, 다른 구장보다 집중이 잘 된다. 홈 플레이트부터 포수 뒤 후면석까지 거리가 짧아 전체적으로 편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제 대전야구장이 안방이 됐다. 이전보다 업그레이드 된 한승혁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그는 지난해 24경기에서 4승3패, 평균자책점 5.27을 기록했다.
탈꼴찌를 넘어 재도약을 노리는 한화. 젊은 강속구 투수들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여기에 한승혁이 가세했다. 이들이 연쇄 폭발한다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프로 12년차, 서른살. 잠재력있는 유망주로 불리기에는 민망한 연차가 됐다. 이적이 한승혁 프로 인생의 분기점이 될 것 같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