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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유일한 야수 미계약 FA 권희동(33)이 원 소속팀 NC 다이노스에 잔류했다.
권희동이나, NC 모두 예정에 없던 계약이었다.
FA 자격을 얻은 권희동과 이명기에게 당시 NC 강인권 감독은 "시장 상황을 잘 살펴보고 신청하라"고 조언했다. 8명의 FA 자격 선수가 한꺼번에 몰린 팀 상황을 고려한 조언이었다.
실제 권희동 이명기가 FA 신청을 하자 계약할 여력이 없던 NC는 발 빠르게 대안 찾기에 나섰다. 퓨처스리그 FA 시장에서 외야수 한석현을 영입하며 공백에 대비했다. 원 소속팀 잔류라는 최후의 보루는 자연스레 막혔다.
하지만 베테랑 외야수에게 시장 상황은 유리하지 않게 돌아갔다.
1990년생이란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와 풍부한 경험, 코너는 물론 중견수까지 가능한 수비능력, 일발 장타력에 클러치 능력 등 고른 장점이 딱 하나에 발목을 잡혔다.
B등급이란 족쇄였다.
코로나19 정국 속 2022년 연봉이 1억1000만원으로 크게 깎인 권희동은 당초 보상선수가 없어 이적이 수월한 C등급을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시장에 나올 때 그에게 붙은 꼬리표는 B등급이었다. NC는 사인 앤 트레이드까지 고려하겠다며 권희동의 이적을 적극 돕고 나섰다. 하지만 실질적인 오퍼는 없었다. 한화 이글스가 잠시 이명기와 권희동을 놓고 내부적으로 저울질을 했지만 뜨거운 구애는 아니었다.
만약 권희동의 바람대로 C등급 FA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기존 외야진에 공백이 생겼을 때 권희동 만큼 티 안나게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외야수도 시장에 흔치 않다. 대타 요원으로도 훌륭한 카드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B등급 판정을 받으면서 이적 길이 막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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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권희동이 백의종군 계약을 받아들이면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원 소속팀 NC로선 경험 풍부한 프랜차이즈 스타를 저렴한 가격에 백업 요원으로 확보하게 된 셈. 한석현 김성욱 등 도약을 노리는 중참급 선수들의 의욕저하만 막는다면 다양한 선택지를 얻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임선남 NC 다이노스 단장은 "창단 초기부터 함께해 온 권희동 선수와 재계약을 하게 돼 기쁘다. 출루 능력과 장타력을 갖춘 우타 자원으로 외야 뎁스의 강화뿐 아니라 베테랑으로서의 역할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서 친정으로 돌아온 권희동은 간절함 속에 활약을 예고했다.
그는 "야구를 계속할 수 있어서 기쁘다.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야구를 그만두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고생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많은 생각을 했고, 야구에 대한 간절함을 크게 느꼈다. 힘들었지만 나에게 소중한 시간이었다. 기회를 주신 NC에 감사하고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권희동은 28일 부터 C팀(퓨처스팀)에 합류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