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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대투수'의 국제대회, 이렇게 쓸쓸히 마무리 되나.
35세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이번 WBC가 사실상 마지막 국제대회일 수 있는 양현종. 큰 기대가 모아졌다. 마운드 세대교체가 진행된 이번 대표팀이다. 양현종과 김광현 두 베테랑 선수들이 중심을 잡아줘야 했다. 아무리 구위가 좋아도, 낯선 선수들을 만나는 국제대회에서 중요한 건 경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도 기본적인 실력이 뒷받침될 때 위력을 발휘하는 법. 9일 열린 호주전, 양현종은 이강철 감독의 기대대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다. 4-5로 밀리던 8회초 1사 상황서 김원중을 구원 등판했다. 김원중이 직전 이닝 역전 스리런포를 허용했기에, 양현종이 8회를 압도적으로 막아주고 8회말 반전을 노려야 했다.
이번 대회는 등판한 선수가 이닝이 바뀌기 전 최소 3명의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 양현종의 구위가 정상이 아닌 것 같았지만, 퍼킨스 타석에서 교체가 불가능했다. 그리고 주자를 내보냈다고 양현종을 바꾸는 것도, 선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참혹했다.
실점이 문제가 아니라,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듯한 모습이라는 게 아쉬운 부분이었다. 공은 치기 좋은 곳으로 몰렸고, 구위는 전성기 때 그것이 아니었다. 호주 타자들이 아예 받쳐놓고 치는 느낌까지 들게 했다. 한국의 다른 투수들을 공략할 때는 애를 먹던 호주 타자들인데, 양현종의 공은 완벽한 타이밍으로 받아쳤다. 아직 100% 몸상태가 아닌 건지, 최선을 다했는데 호주 타자들이 잘 친건지 어느 쪽이라고 장담할 수 없지만 분명 아쉬움을 남긴 등판이었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가장 중요한 순간 활용될 예정이었던 양현종. 호주전 구위라면 10일 이어지는 일본전에 투입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루 만에 갑자기 컨디션이 좋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이는데, 한국은 어떻게든 일본을 꺾어야 하기에 이강철 감독이 고민스러워질 수 있다.
물론 일본전에서 달라진 모습으로 승리를 이끌 수도 있다. 호주가 한국을 이기는 것처럼, 야구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