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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2000년 이후 올림픽과 WBC와 같은 세계무대에서 한국 대표팀에는 국제적으로 호평받는 선수가 한 두명은 꼭 있었다.
2009년 WBC는 이대호, 이범호가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고, 2013년 WBC에서는 오승환과 강정호가 국제적으로 기량을 인정받은 대회였다. 2017년 WBC를 통해서는 김하성이 처음 미국에 소개됐다.
하지만 이번 제5회 WBC에서 한국 야구는 건진 게 아무 것도 없다. 뒷걸음질 친 KBO리그 수준만 확인했을 뿐이다. 희망보다는 절망이 밀려오고, 성과보다는 과제를 잔뜩 안겨준 대회라는데 이견은 없다.
일본전에서 3회 2사 2루서 다르빗슈 유의 몸쪽 95.2마일 포심 직구를 끌어당겨 우익수 앞으로 적시타를 친 게 인상적이었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투수로부터 첫 안타를 만들어낸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이정후에 관한 새로운 데이터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리포트에 담기는 건 아니다. 익히 알고 있는 이정후였다. 물론 그 자체가 인정할 만한 성과라면 부정할 순 없다.
4경기에서 한국 투수들은 고개를 숙이기 일쑤였다. KBO리그가 자랑하는 영건 그룹 원태인, 소형준, 구창모, 이의리는 제구와 구속, 경기운영서 주목을 끌 수 없었고, 강속구 마무리 고우석은 아예 등판 기회조차 없었다. 타자들 중에도 외신의 긍정적 평가를 받은 선수가 없다.
다만 주목할 기록이 하나 있다. 14일 현재 참가 20개국 전체 타자들 중 홈런 1위가 김하성이라는 사실. 김하성은 3홈런을 쳐 이 부문 단독 선수다. 양의지와 박건우는 나란히 2홈런으로 공동 2위 그룹에 포함됐다. 양의지는 한국의 운명이 걸렸던 호주와 일본전에서 경기 초반 짜릿한 홈런포를 선사했다. 김하성은 1라운드 탈락이 사실상 확정된 뒤 체코전서 2개, 중국전에서 만루홈런 1개를 각각 터뜨렸다.
14일 니카라과의 한 무명 투수가 도미니카공화국 슈퍼스타 후안 소토, 훌리오 로드리게스, 라파엘 데버스를 잇달아 삼진으로 제압한 뒤 경기 직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고 한다. 한국 투수들은 뒷걸음질친 KBO리그의 수준만 확인해 줬을 뿐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