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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1점이 진짜 필요했었으니…."
이 감독은 현역 시절 467개의 홈런을 치면서 개인 통산 홈런 1위에 올랐다.
현역 시절 MVP와 홈런왕을 5차례, 골든글러브를 10차례 수상할 정도로 KBO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였다.
스프링캠프부터 변화의 조짐은 시작됐다. 작전 및 주루에 노하우가 풍부한 정수성 코치를 영입했고, 타자들에게는 한 베이스 더 가는 플레이가 강조됐다.
'이승엽표' 세밀한 야구는 개막전부터 나왔다. 8-8로 맞선 8회말 양석환이 볼넷을 골라냈고, 대주자 조수행으로 교체됐다. 조수행이 호시탐탐 2루를 노렸던 가운데 투수 견제 송구 실책이 나왔고, 무사 2루가 됐다.
김인태의 희생번트로 만들어진 1사 3루 상황. 타석에 선 이유찬은 1루 쪽으로 기습번트를 댔다. 투수 구승민이 급하게 달려가서 공을 잡아 홈으로 던졌지만, 조수행의 슬라이딩이 더 빨랐다. 두산은 9-8로 리드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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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11회에도 두산의 작전은 빛을 봤다. 9-10으로 지고 있는 가운데 선두타자 정수빈이 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어 허경민 타석에서 런앤히트 작전이 펼쳐졌고, 허경민의 안타가 나왔다. 정수빈은 3루에 안착.
후속타자 호세 로하스는 한결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타석에 섰고, 끝내기 홈런을 날렸다. 로하스는 "마지막 타석에서 동점을 위해 희생타를 생각하고 스윙했는데, 운 좋게 실투가 들어오며 홈런으로 연결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믿음의 야구' 또한 존재했다. 부임 당시 이 감독은 '키플레이어'로 김재한을 지목했다. 4번타자로서 타선에 중심을 잡는다면 타선 전반에 시너지가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김재환을 살리는 것이 고토 타격 코치의 특명"이라고 말할 정도. 김재환은 5-8에서 8-8로 만드는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거포'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뽐냈다.
세밀한 작전 야구와 선 굵은 작전 야구가 모두 녹아들면서 이 감독은 사령탑 데뷔전에서 승리했다. 리그 원년, 감독 대행을 제외하고 감독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둔 건 이 감독이 28번째. 두산에서는 4번째다. 이 감독은 "선수 때 보다 기분 좋다. 선수 때는 나만 잘하면 되지만, 지금은 9명 누가 잘해도 애틋하다. 스승과 제자 사이인 만큼 더 애틋한 마음"이라고 사령탑으로 처음 느낀 승리의 기쁨을 즐겼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