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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느낌 난다" 지휘봉 잡은 '국민타자' 어때? 세밀+과감성+여유 다 갖춘 '초보 사령탑' [SC초점]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3-04-03 14:48 | 최종수정 2023-04-04 06:31


"베테랑 느낌 난다" 지휘봉 잡은 '국민타자' 어때? 세밀+과감성+여유 …
2023 KBO리그 개막전 두산베어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이승엽 감독이 11회말 끝내기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3.04.01/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감독한 지 몇년 된 베테랑 같다. 준비된 지도자라는 느낌이 난다."(타구단 프런트A)

모처럼 등장한 '슈퍼스타' 사령탑이다. 야구계의 시선이 두산 베어스로 집중될 수 밖에 없다.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출범 41년차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두 영웅 중 한 명이 올시즌 첫 지휘봉을 잡았다.

어느덧 스타 플레이어들이 코치보다는 해설이나 방송을 택하는 추세지만, 이승엽 감독은 이를 역행했다. KBO 홍보대사와 방송사 해설위원을 역임했고, 만만찮은 입담은 방송계에서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현장 복귀를 택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김태형 전 감독의 뒤를 이어받았다. 지난해 9위라는 순위가 보여주듯, 그간 소모된 전력이 적지 않다.

전성기 8시즌을 일본에서 보내고도 KBO 통산 467홈런(역대 1위), 시즌 MVP-홈런왕 5회를 차지한 '국민타자'. 개막을 앞두고 야구계 안팎의 관심도 뜨거웠다.

부담스러울 만한 현실. 타고난 슈퍼스타의 자질일까. 이승엽 감독은 자신감과 여유가 넘친다. 관심을 즐기는 법을 안다.


"베테랑 느낌 난다" 지휘봉 잡은 '국민타자' 어때? 세밀+과감성+여유 …
2023 KBO리그 개막전 두산베어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데뷔전에스 첫 승리를 기록한 이승엽 감독이 축하의 물 세례를 받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3.04.01/
호탕하면서도 꼼꼼하게 챙기는 스타일이다. 현역 시절 일본야구에서 보고 배운대로 '실수를 줄이는' 세밀한 야구를 강조한다. 김한수 수석코치가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최강야구'부터 합을 맞춘 정수성 코치를 영입해 작전야구에 초점을 맞췄다. 한 베이스 더 가는 '두산다운' 발야구 역시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시범경기에선 5승6패2무로 6위를 차지했다. 개막 2연전까지 살펴본 이승엽 감독의 두산은 '잘 만들어졌다'는 평가. 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에선 홈런왕답지 않은 희생번트, 대주자 기용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 스퀴즈플레이를 더한 '1점 짜내기'를 펼치는가 하면, 연장 11회말 승부처엔 번트 대신 런앤히트로 찬스를 키워 단번에 뒤집는 대담함까지 선보였다. 결국 국민타자의 감독 데뷔전은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를 믿고 강공으로 밀어붙인 결과, 시원한 끝내기로 마무리됐다.

정재훈 투수코치와의 기민한 소통을 통해 선발야구부터 총력전도 마다하지 않는 유연한 마운드 운영도 인상적이다. 개막전에선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가 흔들리자 4회만에 교체, 무려 9명의 투수를 총동원했다. 반면 2일 경기에선 선발 최원준에게 7이닝을 맡기는 변화무쌍한 지휘를 펼쳤다.


"베테랑 느낌 난다" 지휘봉 잡은 '국민타자' 어때? 세밀+과감성+여유 …
2023 KBO리그 개막전 두산베어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이승엽 감독이 11회말 끝내기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3.04.01/
선수들과의 교감이 좋다. 단호하고 무게감이 있다는 평과 친근하고 다정하다는 평이 공존한다. 설득력 있는 말솜씨와 더불어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싣는 방법을 아는 지도자. 홈런타자끼리 통하는 소통을 나눈 결과, 지난해 부진을 겪은 김재환은 개막전 3점포를 쏘아올리며 부활을 예고했다.

에이스 후보로 꼽히던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은 스프링캠프서 머리에 타구를 맞는 사고를 당했다. 외인 투수는 엔트리에서 빠지더라도 1군에 동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승엽 감독은 딜런을 잘 설득해 지난 1일 2군으로 보냈다. 천천히 몸상태를 끌어올리라는 배려다.

두산은 올해 비교적 약한 전력으로 평가된다. 미디어데이에서 '5강 후보 2팀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10명의 사령탑 중 두산을 꼽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에 "냉정한 평가 감사하다"며 결전을 다짐했던 이승엽 감독.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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