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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감독한 지 몇년 된 베테랑 같다. 준비된 지도자라는 느낌이 난다."(타구단 프런트A)
어느덧 스타 플레이어들이 코치보다는 해설이나 방송을 택하는 추세지만, 이승엽 감독은 이를 역행했다. KBO 홍보대사와 방송사 해설위원을 역임했고, 만만찮은 입담은 방송계에서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현장 복귀를 택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김태형 전 감독의 뒤를 이어받았다. 지난해 9위라는 순위가 보여주듯, 그간 소모된 전력이 적지 않다.
부담스러울 만한 현실. 타고난 슈퍼스타의 자질일까. 이승엽 감독은 자신감과 여유가 넘친다. 관심을 즐기는 법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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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에선 5승6패2무로 6위를 차지했다. 개막 2연전까지 살펴본 이승엽 감독의 두산은 '잘 만들어졌다'는 평가. 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에선 홈런왕답지 않은 희생번트, 대주자 기용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 스퀴즈플레이를 더한 '1점 짜내기'를 펼치는가 하면, 연장 11회말 승부처엔 번트 대신 런앤히트로 찬스를 키워 단번에 뒤집는 대담함까지 선보였다. 결국 국민타자의 감독 데뷔전은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를 믿고 강공으로 밀어붙인 결과, 시원한 끝내기로 마무리됐다.
정재훈 투수코치와의 기민한 소통을 통해 선발야구부터 총력전도 마다하지 않는 유연한 마운드 운영도 인상적이다. 개막전에선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가 흔들리자 4회만에 교체, 무려 9명의 투수를 총동원했다. 반면 2일 경기에선 선발 최원준에게 7이닝을 맡기는 변화무쌍한 지휘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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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후보로 꼽히던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은 스프링캠프서 머리에 타구를 맞는 사고를 당했다. 외인 투수는 엔트리에서 빠지더라도 1군에 동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승엽 감독은 딜런을 잘 설득해 지난 1일 2군으로 보냈다. 천천히 몸상태를 끌어올리라는 배려다.
두산은 올해 비교적 약한 전력으로 평가된다. 미디어데이에서 '5강 후보 2팀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10명의 사령탑 중 두산을 꼽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에 "냉정한 평가 감사하다"며 결전을 다짐했던 이승엽 감독.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