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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남들이 가지지 못한 걸 가졌는데 뭐가 무서울까.
문동주의 구위는 누구나 인정한다. KBO 역사상 최초 160km를 던진 투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LG전의 경우 160km 직구보다 놀라운 건 체인지업의 구속이 무려 150km를 찍었다는 것이다. 다른 투수들은 직구를 아무리 세게 던져도 150km가 안나오는데, 보통 120~130km 구속이 형성되는 체인지업이 대포알처럼 날아들어오니 LG 타자들 입장에서는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올시즌 기대감이 매우 컸다. 지난해 신인 시즌 때는 프로 선수로서 다듬기 작업을 한 시즌이었다. 파이어볼러들의 숙명 제구. 그 문제가 해결돼야 1군 무대에서 뛸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 선발로 투입되며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 5경기는 승패를 떠나 최소 5이닝 이상 피칭을 해줬다. 선발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한 것이다. 이는 위력적인 구위에 어느정도 제구가 됐기에 이닝수를 늘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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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LG전이 중요했다. SSG전 일시적으로 부진했던 거냐, 아니면 영점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냐. 안타깝게도 후자의 모습이었다. 그의 160km 강속구에 잠실구장을 찾은 팬들은 탄성을 내뱉었는데, 문동주는 긴장했는지 더 힘을 내지 못하고 도망가는 피칭을 하기에 급급했다.
2실점한 3회를 보자. 1사 2, 3루 위기를 맞이했지만 까다로운 타자 문성주를 삼진 처리했다. 마지막 159km 직구가 좌타자 문성주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데, 문성주가 무조건 맞히겠다는 의지로 배트를 짧게 잡고 정말 간결한 스윙을 했지만 도저히 따라가지 못했다. 경기를 중계하던 류지현 KBS N 스포츠 해설위원도 "문성주가 저런 스윙을 한 거면 구위가 엄청나다는 의미"라고 말하며 칭찬했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고 그 상승세를 이어가야 했다. 하지만 김현수라는 상대가 부담스러웠는지, 1B2S으로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연속 3개 볼을 뿌리고 말았다. 직구, 체인지업 모두 가운데 승부를 들어가지 못했다. 최근 김현수의 허리 상태가 좋지 않은 걸 감안하면, 가운데만 보고 뿌려도 충분히 승산이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포수 박상언은 가운데에 미트를 대고 정면 승부를 하자며 모션으로 독려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이 볼넷이 화근이 됐고, 오스틴의 2타점 역전 2루타로 연결되고 말았다. 이날 경기, 그리고 문동주 개인으로서 최대 승부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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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재능을 가졌다고 하지만 아직 어리고, 이제 프로 2년차 투수다. 이런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밖에서 보기에는 '스트라이크로만 던지면 절대 못칠텐데'라고 쉽게 생각하겠지만, 막상 마운드에 선 선수 본인은 자신의 공을 믿지 못하면 안타, 홈런을 맞을 걱정에 움츠러들 수 있다.
야구에서는 볼넷 줄 거면 차라리 안타를 맞으라고 한다. 그러니 안타 칠 거면 쳐보라고 가운데로만 던졌으면 한다. 이 미션만 수행하면, 문동주의 공을 제대로 건드릴 타자가 몇 안될 것 같다는 얘기를 꼭 전해주고 싶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