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제대로 판 깔린 '유통대전', 정용진-신동빈 자존심을 걸었다…그 결말은

최종수정 2023-05-22 06:47

드디어 제대로 판 깔린 '유통대전', 정용진-신동빈 자존심을 걸었다…그 …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와 롯데의 경기. 2회초 1사 1루 김민식 타석. 오태곤이 2루 도루를 성공하고 있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5.21/

드디어 제대로 판 깔린 '유통대전', 정용진-신동빈 자존심을 걸었다…그 …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와 롯데의 경기. 6회말 1사 1, 3루 노진혁의 내야땅볼 때 3루주자 한동희가 홈에서 아웃되고 있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5.21/

[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누구라도 압도될 수밖에 없다."

21일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만난 SSG 랜더스 김원형 감독은 하루 전 사직구장 분위기를 이렇게 돌아봤다.

이날 롯데는 '작정'을 했다. '부산 시리즈'로 명명한 이 경기에 2만2990명의 관중에게 부산 시화인 동백꽃 색깔에서 모티브를 따온 붉은 유니폼을 지급했다. 2002 한-일월드컵 때나 봤던 장관이 사직구장에 연출됐다. 김 감독은 "모든 관중이 붉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누가 봐도 일방적인 환경 아니었나. 누구라도 압도될 수밖에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21일 SSG-롯데전도 경기 개시 30분 만에 전 좌적 입장권이 완판됐다.

롯데는 이번 SSG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유니폼 프로모션 외에도 경기장 바깥에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해 관중몰이를 했다. 그동안 SSG-롯데전은 KBO리그의 '흥행 보증수표'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을 돌아보면, 롯데의 이런 움직임은 특별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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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직후 포옹하는 정용진 SSG 구단주(왼쪽)와 김광현. 스포츠조선DB
SSG 창단 후 롯데와의 '야구판 유통대전'을 기대하는 시선이 많았다. SSG 정용진 구단주가 "본업과 연결시키지 못하는 롯데를 보면서 야구단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걔네(롯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는 등 도발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으며 라이벌리 형성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는 이후 신동빈 구단주가 잠실구장을 한 차례 찾았을 뿐 후속 반응이 없었다. SSG가 과감한 투자 속에 전력을 결집해 지난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는 등 기세를 올렸으나, 롯데는 하위권을 전전하는 등 이런 SSG의 움직임에 제대로 호응하지 못했다. 지난 2년간의 흐름은 SSG의 외침만이 메아리 쳤다.

그런데 올들어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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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롯데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신동빈 구단주가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0.8
롯데가 시즌 초반 9연승으로 선두 경쟁 발판을 만들며 서서히 연기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신동빈 구단주의 움직임도 한층 적극적으로 변모했다. 지난해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 차원으로 사직구장을 찾았던 그는 최근 선수-지원 스태프 개개인 희망에 맞춘 격려품과 함께 메시지를 전달하며 응원에 나섰다. 공로상, 패밀리데이 행사 등 프런트 구성원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부쩍 늘어났다. 정용진 구단주가 SSG 인수 후 보여줬던 전방위적인 지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들이 눈에 띈다. 오랜 침체기 속에 소위 패배주의에 젖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롯데 프런트의 행보도 활기가 완연하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최근 들어 선수단-프런트 등 구단 문화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게 눈에 보인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그동안 롯데는 SSG와 차별화에 초점을 맞췄다. 유통 중심인 SSG와 달리 화학, 금융 분야를 아우르는 굴지의 대기업임을 강조해왔다. 이런 가운데 수 년 만의 연승행진 속에 상위권으로 도약하며 구도 부산의 잠들었던 분위기를 깨우기 시작했고, 키를 쥔 신동빈 구단주까지 적극 호응하면서 SSG와의 라이벌 구도는 한층 선명해졌다. 치열한 선두 싸움 속에 주변의 분위기까지 달궈지며 '야구판 유통대전'도 제대로 판이 깔렸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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