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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이닝 9실점' 악몽이 반전 계기?…루틴 바꾸고 4G 연속 6이닝+ERA 1.09 '승승장구' 비결 [인터뷰]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3-05-30 12:34 | 최종수정 2023-05-30 13:11


'4이닝 9실점' 악몽이 반전 계기?…루틴 바꾸고 4G 연속 6이닝+ER…
키움 최원태가 역투하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4.22/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올해는 다르다'고 외쳤건만, 5월 첫 등판에서 쓴맛을 제대로 봤다. 4이닝 동안 홈런 2방 포함 10안타 9실점의 최악투였다.

오히려 터닝포인트로 삼았다. 이후 4경기 연속 6이닝 이상 마운드를 지키며 평균자책점 1.09의 짠물피칭을 펼치고 있다.

최원태(26)는 올해로 데뷔 9년차, '젊은팀' 키움의 중견 투수로 성장했다. 선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스탯티즈 기준) 5.21로 10개 구단 중 전체 1위에 빛나는 선발진의 한 축이다. 빈타에 고통받는 키움이 올시즌을 버티는 힘이다.

3년 연속 10승을 거뒀던 2017~2019년의 존재감을 되찾는 한 해가 될까. 투구 내용이 달라진 이유가 있다.

최원태는 주변 사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이지영 선배는 내가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지게 해주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덕분에 매경기 성장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어 "노병오 투수코치님도 피드백을 정말 잘해주셨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맞춤 루틴'의 성공이다. 최원태는 5월 들어 불펜투구를 하지 않는다.

"사실 삼성 라이온즈전(5월 4일) 이틀 전에 불펜투구를 할 때 힘들다는 느낌이 있었다. 전부터 노병오 코치님이 '시합 때 써야할 힘을 연습할 때 다 쓰는 것 같다. 자꾸 공에 힘이 떨어진다. 좀 쉬어라'라고 여러번 말씀하셨었는데…"

선발투수 입장에서 5일간의 휴식 도중 하는 불펜투구는 컨디션을 체크하고, 스스로를 가다듬기 위해 중요한 루틴이다. 쉰다는건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최원태는 "솔직히 처음에는 좀 불안했다. 그런데 삼성전 맞고 나서 그냥 쉬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4이닝 9실점' 악몽이 반전 계기?…루틴 바꾸고 4G 연속 6이닝+ER…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와 키움의 경기. 최원태가 투구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5.27/

"원래 경기전에도 공을 많이 던지는 편이었다. 확실히 휴식을 취하니까 공에 힘이 붙는다. 그렇다고 5일간 마냥 노는 건 아니다. 몸을 잘 만들되 공을 던지지 않을 뿐이다."

피칭 플랜에도 변화를 꾀한 시즌이다. 원래 최원태 하면 '투심'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포심(직구)을 많이 던지고 있다. 최고 구속도 150㎞ 안팎까지 끌어올렸다. 최원태는 "구속이 확실히 늘었다. 회전수 등 투구 데이터도 좋아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직구 회전수가 생각보다 괜찮더라. 노병오 송신영 코치님 모두 그렇게 좋은 직구를 왜 안 쓰냐고 하셔서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던져봤는데 성과가 좋다."

스트라이크존을 최대한 넓게 보고 활용하고 있다. 존 위쪽에 직구, 낮은 쪽에 투심을 던지면서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낸다. 원체 완성도 높은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갖춘 최원태다. 그는 "존을 상하좌우로 넓게 쓰고, 시각적으로도 왼쪽 오른쪽으로 다 휘니까 타자들이 상대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평소에 공 던지는 패턴도 너무 일정했다. 경기마다 변화를 주려고 한다. 노력은 늘 해왔지만, 올해는 운이 붙는 것 같다. 앞으로도 잘 해보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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