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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에 내 응원가가 울려퍼진다" 5년치恨 쏟아낸 한방…눈도 목소리도 젖어있었다 [인터뷰]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3-06-02 22:29 | 최종수정 2023-06-03 00:05


"사직에 내 응원가가 울려퍼진다" 5년치恨 쏟아낸 한방…눈도 목소리도 젖…
히어로 인터뷰에 임한 이학주. 김영록 기자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내 응원가를 이렇게 크게 들은 건 처음이다. 속이 뻥 뚫린 기분이다."

이학주(33)의 표정에는 깊은 감정이 담겨있었다. 목소리도, 눈도 젖어있었다.

이학주는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6차전에서 1회 양현종 상대 만루포 포함 4타수 2안타 1볼넷 4타점을 몰아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롯데는 1회부터 7득점 빅이닝을 연출하며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지었다. 그 결정적 한방이 3-0에서 터진 이학주의 만루포였다. '대투수' 양현종은 KBO 통산 162승을 달성한 바로 다음 경기, 2이닝 만에 데뷔 17시즌 만에 생애 최다 실점인 9실점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이학주 스스로도 치고 나서 화들짝 놀랐다.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한방, 2019년 KBO리그 입성 이래 쌓여왔던 한을 모아 토해낸 순간이었다.


"사직에 내 응원가가 울려퍼진다" 5년치恨 쏟아낸 한방…눈도 목소리도 젖…
2023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1회말 1사 만루 롯데 이학주가 만루포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6.02/
경기 후 만난 이학주는 "오늘 이상하게 배트 중심에 잘 맞았다. 내가 선발로 나가는 경기에 (팀이)승리가 잘 없어서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았는데…오늘 투수(스트레일리)가 너무 잘 던져줬고 타자들이 잘해줘서 이겼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 구종(커브) 하나 노리고 잤다. 오늘 나와서도 배팅볼 투수에게 변화구를 많이 던져달라고 얘기했다. 왠지 딱 왔고, 꼭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타석에서 쉽게 좀 죽지 말자, (박흥식)수석코치님 말대로 끈질기게 늘어지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갔는데 결과가 좋았다."


"사직에 내 응원가가 울려퍼진다" 5년치恨 쏟아낸 한방…눈도 목소리도 젖…
2023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1회말 1사 만루 롯데 이학주가 만루포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6.02/
KBO리그 데뷔 첫 만루포다. 이학주는 "속이 뻥 뚫렸다. 처음 쳐서 그런지 기분이 너무 좋아서 빨리 그라운드를 돈 것 같다. 너무 좋다. 이 감정은 나만 아는 거니까. 오늘은 오늘만 좋고, 내일은 내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가는 곳마다 역대급 응원가를 차지했다. 하지만 삼성 시절에는 응원가로 올스타전을 달군 반면, 롯데에 온 뒤론 눈에 띄는 활약을 좀처럼 펼치지 못했다.

이학주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는 "내 응원가를 이렇게 크게 들어본 적이 없다. 많이 들을 수 있도록 더 준비를 잘했어야했는데 내 탓이다. 앞으로 자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오늘 잘했다고 자만하지 않겠다. 팀 승리에 도움이 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직에 내 응원가가 울려퍼진다" 5년치恨 쏟아낸 한방…눈도 목소리도 젖…
2023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이학주. 부산=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6.02/
롯데 선수단 중 한동희와 더불어 2명뿐인 인센티브 계약의 주인공이다. 이학주는 "실력이 따라와야 (돈도)따라오는 계약 아닌가. 솔직히 생각 안해봤다. 어떻게 하면 경기에 나갈까, 팀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 밖에 없다"고 했다.

"너무 좋은데…표정 관리하느라 힘들었다. 경기 준비라고 해봐야 경기장 일찍 와서 치고, 웨이트하는 게 전부다. 라이언 롱 코치한테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했는데…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시즌 많이 남았으니까, 앞으로도 선발이든 뒤에 나오든 활약할 수 있게 준비 잘하겠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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