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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NC 다이노스 이재학의 2023시즌은 5월 21일 시작했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지만, 냉정한 시장 평가 속에 NC와 2+1년 최대 9억원에 잔류했다. 이재학은 지난해까지 NC에서만 76승을 거둔 이제는 명실상부 '프랜차이즈 스타'다. 하지만 최근 3년간의 부진이 이재학의 발목을 잡았다. 4년 연속 10승도 달성했던 이재학이지만, 2020년부터 급작스러운 부진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결국 원소속팀 NC에 잔류했지만, FA 계약 이후에는 1군 스프링캠프 명단 제외라는 충격을 겪었다. 이재학은 미국 애리조나 1군 캠프가 아닌 마산 퓨처스팀 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계약 체결이 빠르지는 않았다고 해도 12월에 이뤄졌는데, 1군 캠프 명단 제외는 다소 충격이 있을 수 있었다. 이재학 역시 "주어진 환경에서 훈련하겠다"고 했지만, 내심 마음이 좋을리는 없었다.
그런데 그때 강인권 감독의 이야기가 이재학의 마음을 단단하게 굳히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다시 스스로의 중심을 잡은 이재학은 성실하게 2군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개막 엔트리에도 탈락했지만 묵묵하게 단점 지우기에 나섰다. 이재학은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후 지난 5월 21일 첫 1군 콜업을 명받았다.
1군 복귀 이후 대반전이 펼쳐졌다. 이재학은 4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0.72의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에이스' 모드를 완벽하게 되찾았다.
이재학은 최근 호투가 이어질 때마다 인터뷰를 통해 "캠프 직전 강인권 감독님이 해주신 말들이 있는데, 그 말들이 포기하지 않고 시즌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감사함을 표하고 있다.
강인권 감독은 이재학에게 어떤 말을 해줬을까. 강 감독은 손사레를 치며 "별 이야기 안했다"고 하면서도 "일단 고참 선수가 캠프를 안가게 되면, 본인 스스로 '내가 이번 시즌에 베재돼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것 같았다. 그래서 캠프 전에 '재학이 너는 절대 우리 전력에서 배제된 게 아니다. 그동안 계속 말했듯이 우리 젊은 투수들을 눈으로 좀 더 확인하고 싶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캠프는 젊은 투수들 위주로 갔다올테니까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말고, 잘 준비만 하고 있어라.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말아라. 어떻게든 시즌을 치르면서 재학이 네가 보여줄 모습이 있을거다. 실망하지 말고 충분히 믿고 있으니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며 웃었다.
실망한 마음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어루만져준 감독의 따뜻한 한마디가 속상함을 사르르 녹게하는 계기가 됐다.
강인권 감독은 "그러더니 완전히 딸기가 돌아왔다"고 반색하면서 "커터와 커브가 최근 굉장히 효과적이다. 체력이 좋아지면서 직구 구속이 상승했고, 전체적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 커터의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아지면서 왼손 타자들이 대응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투피치'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는데, 체인지업이 좋은 상황에서 커터, 커브까지 효과를 보니까 수월하게 경기를 이끌어가는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감독의 웃는 얼굴에서 이재학에 대한 대견함과 고마움이 함께 묻어났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