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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약속의 땅'이라 불렸던 포항. 홈 팀 삼성 라이온즈를 차갑게 외면했다.
삼성으로선 아쉬운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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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선발 브랜든 와델에게 7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내주며 1득점에 그쳤다. 정철원 박치국 등 불펜을 상대로 24구 만에 2이닝을 삭제당했다. 단 1점도 추격하지 못했다.
우려스러운 건 선수단 전체에 번지고 있는 패배의식이다. 최하위가 길어지면서 무거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신적으로 지고 들어가는 경기에서 승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이럴 때일수록 더 파이팅 있게 붙어야 한다. 그래야 캄캄한 어둠 속에 한줄기 빛을 만날 수 있다.
이날 패배로 삼성은 전반기 최하위가 확정됐다. 9위 한화와 6.5게임 차. 남은 6경기 전승하고, 한화가 전패를 해도 순위는 바뀌지 않는다.
문제는 후반기에도 딱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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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올시즌에 앞서 많은 준비를 했다.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과도기 원년. 젊은 피가 전면에 등장하는 파란의 시즌을 꿈꿨다. FA 자격을 얻은 프랜차이즈 스타 김상수, 한화 출신 오선진과 계약을 하지 않은 이유다. 마무리 캠프 부터 지옥훈련을 통해 부족한 경험을 훈련으로 메우고자 했다.
약점으로 지적된 불펜 불안은 최충연의 부활과 좌완 이승현의 성장을 통한 젊은 피로 해소하고자 했다. 오승환 우규민 등 베테랑 그룹과 조화를 꿈꿨다.
여기에 6월 상무에서 전역하는 최채흥 최지광이 합류하면 마운드 뎁스를 크게 강화해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하나둘씩 계산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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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 불안도 현실이 됐다. 기대했던 최충연은 기량을 회복하지 못한 채 1군에서 사라졌다. 설상가상 마무리 오승환도 부침을 겪고 있다. 부랴부랴 이원석과 신인지명권을 대가로 김태훈을 영입했지만 아직 필승조로서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큰 기대를 했던 최채흥 최지광도 아직은 선발과 불펜에 힘을 보태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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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김지찬 마저 송구 불안 속에 1군에서 빠져 재조정 시간을 가지고 있다. 유일하게 여유 있는 포지션인 포수 김태군을 KIA에 보내고 류지혁을 영입한 이유다.
타선도 불펜만큼 심각하다. 타자 친화적인 라이온즈파크를 홈으로 쓰면서도 팀 득점 최하위다.
베테랑 강민호가 고군분투 하고 있지만 호세 피렐라가 지난해 같은 모습이 아니다. 특히 득점권에서 2할5푼9리의 타율에 그치고 있다. 구자욱 오재일 등 해줘야 할 선수들은 부상과 부진으로 고통받고 있다. 타선에 중심을 잡아줄 해결사가 없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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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할 수 있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쓰나미 처럼 한꺼번에 몰려온 모양새. 최하위가 길어질 수록 점점 더 어려워진다. 1승이 급한 다른 팀들의 집중 타깃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은 과연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비장의 반전 카드를 만들 수 있을까.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창단 42년 만에 10개 구단 중 단 한번도 해보지 않은 최하위 불명예를 뒤집어 쓸 수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