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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커리어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은 홈런을 터뜨린 '그날'이 아닐까 싶다.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자 다저스 홈팬들은 물론 더그아웃도 열광의 도가니로 넘실거렸다. 특히 당시 다저스의 주포로 MVP 시즌을 마무리하고 있던 코디 벨린저가 '내 일'인 양 기뻐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더그아웃에서 '베이브 류스(Babe Ryuth)'라고 소리지르며 난리가 났다"고 했다. '류스"는 전설적인 투타 겸업 출신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이름을 패러디한 것이다.
그런데 류현진의 동점 홈런이 터진 직후 다저스는 작 피더슨의 볼넷, 개빈 럭스의 우전안타, 저스틴 터너의 좌전안타로 무사 만루 찬스를 이어갔다. 이때 타석에 4번타자 벨린저가 들어섰다. 벨린저는 상대 바뀐 투수 제이크 맥기의 2구째 92.5마일 포심을 잡아당겨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그랜드슬램을 폭발시켰다. 류현진이 넘긴 그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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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이 흐른 지금, 둘은 얄궂은 운명과 맞딱뜨리게 됐다. 류현진이 14일 오전 2시47분 로저스센터에서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선발등판해 벨린저와 처음으로 맞대결을 벌인다.
두 선수 모두 자신들의 거취와 관련해 중차대한 일전이다. 작년 6월 토미존 서저리를 받고 14개월 만에 복귀한 류현진은 이번 세 번째 등판이다. 앞선 두 차례 등판은 모두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지난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는 5이닝 9안타 4실점으로 패전을 안았고, 6일 후인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서는 4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고도 강습타구에 무릎을 맞고 교체되는 불운을 맞았다.
다행히 X레이 검사에서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고 호전돼 예정대로 컵스전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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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FA 시장에서 의외로 많은 구단들이 연락을 해와 그 가운데 가장 조건이 좋은 컵스를 선택했다. 내년 상호 옵션을 걸었기 때문에 벨린저는 올시즌 성적에 따라 옵션을 포기하고 다시 FA가 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활약이라면 옵션을 실행할 이유가 없다. 11일 현재 타율 0.327(318타수 104안타), 17홈런, 56타점, 65득점, OPS 0.928을 마크 중인 벨린저는 2019년 이후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지난 5월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서 수비를 하다 무릎을 다쳐 한 달간 결장했지만, 복귀 후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타율 0.400, 8홈런, 24타점, OPS 1.122로 '7월의 NL 선수'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류현진에게는 가장 까다로운 타자가 될 수 있다.
4년 전 다저스에서 동점포와 역전포를 날린 동지였고, 올해는 시간을 두고 똑같이 무릎을 다친 둘의 맞대결은 이래저래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