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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독특한 견제 동작으로 뜨거운 화제가 됐다. 가을야구로 이끌 '히어로'가 될거란 기대감이 쏠렸다.
삼진 7개를 잡아내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위기관리 능력과 약한 체력에 시선이 쏠렸다. 야구 규정의 선을 타는 견제 모션과 투구폼으로 인해 각 팀의 집중 분석에 직면한 게 오히려 독이 된 모양새다.
산체스는 7월 9일 KT 위즈전을 통해 한국 야구 데뷔전을 치르자마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미묘한 이중키킹으로 타이밍을 뺏는 투구폼, 그리고 공을 던지기전 순간적으로 1루 쪽으로 몸을 튕기듯 비트는 동작, 스쿼트를 하듯 다리를 굽힌채 1루 주자를 보고, 심지어 견제구까지 던지는 모습에 시선이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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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KBO리그 유일의 외국인 감독이다. 선수와 코치로 미국 야구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고, 비시즌 도미니카에 거주하는 만큼 쿠바, 도미니카, 푸에르토리코 등 '카리브해 리그'에도 익숙하다. 그 역시 산체스에 대한 질문에 "윈터리그를 봐온 나는 산체스 같은 투수가 새롭지는 않다"면서도 "(산체스는)기존 투수들과는 다른 견제 동작을 갖고 있다. 일정한 동작을 취하기만 하면 된다. 만약 2가지 동작이 나온다면 둘중 하나는 보크"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산체스는 경기를 운영하는 자신만의 무기 여러가지를 잃은 상황이다. 그때문일까. 데뷔전서 6⅓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이후 2경기에선 각각 6⅔이닝 4실점, 5이닝 3실점으로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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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8월 들어선 5이닝을 채우는 것도 버거운 모습이다. 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4이닝 7실점으로 크게 무너졌고, 6일 한화 이글스전에선 4⅓이닝 4실점에 그쳤다. 이날 롯데 상대로 5이닝은 채웠지만, 한순간에 무너지며 5실점 빅이닝을 허용했다. 매치업 상대였던 롯데 찰리 반즈의 7이닝 1실점 호투와는 대조를 이뤘다.
산체스 스스로도 부담을 느끼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날 2회말 롯데 김민석의 타석에서 산체스가 특유의 동작 없이 1루 견제를 하자 순간 롯데 더그아웃이 분주해졌다. 서튼 감독을 비롯해 박흥식 코치, 김현욱 코치가 한데 모여 긴급 회의를 가졌지만, 행동에 나서진 않았다. 그러자 산체스는 3회말 주심을 마운드로 부른 뒤 자신의 세트 동작이 규정 위반인지를 체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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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를 꿈꾸는 KIA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와일드카드전 1차전에서 패했던 KIA는 올해 아도니스 메디나, 숀 앤더슨을 영입하며 야심찬 가을야구 플랜을 제시했다. 두 외인투수가 모두 부진하자 앤더슨 퇴출 후 토마스 파노니를 재영입하고, 메디나를 산체스로 교체하는 등 한층 의욕적인 무브를 이어왔다.
하지만 그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대로 산체스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KIA의 가을 꿈에는 먹구름이 가득해질 뿐이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