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KT 위즈가 또 드라마를 썼다. 9회말 3점차를 한순간에 뒤집었다.
LG와 KT는 전날 104분의 경기 중단까지 총 5시간 1분의 긴 경기를 치렀다. 승리하며 2연패에서 탈출한 LG의 분위기는 밝았고, 패하며 4연패에 빠진 KT는 조금 차분한 분위기.
LG 염경엽 감독은 전날 8회말 승부수로 띄운 고우석의 조기 투입이 성공하며 승리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5-4로 앞선 상황에서 8회 동점을 허용하게 되면 흐름이 KT쪽으로 넘어가 패할 수 있고 그렇게 될 경우 팀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고우석을 8회말 1사 1,2루의 위기에 등판시켰다고 했다.
|
|
|
KT 이강철 감독은 에이스인 윌리엄 쿠에바스가 LG전에 약한 부분에 아쉬움이 컸다. 전날 쿠에바스는 우천으로 인해 3이닝만 던졌지만 솔로 홈런 1개 포함 7안타 2볼넷 4실점을 했다.
올시즌 LG전과 아닌 경기의 차이가 너무 컸다. LG를 뺀 8팀과의 10경기 성적은 8승무패 평균자책점 1.60, 피안타율 1할9푼7리로 엄청나게 좋았다. 그리고 팀도 10경기 모두 승리했다. 하지만 LG전은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11.45, 피안타율 4할2푼9리다. 팀도 3경기를 모두 졌다.
이 감독은 "체인지업, 커터, 슬라이더 던지는 대로 맞더라. LG 선수들이 알고 치는 것처럼 너무 잘치더라"면서 "왼손 타자 상대로 체인지업보다 커터계열을 많이 던져서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도 너무 잘친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엔 선발로 안쓰고 불펜으로 써야겠다"라는 뼈있는 농담까지 했다.
하지만 KT엔 벤자민이 있었다.
벤자민은 올시즌 LG 킬러로 우뚝 섰다. 24경기서 14승5패 평균자책점 3.96을 기록 중인 벤자민은 LG전에 4번 등판해 모두 승리투수가 됐고, 평균자책점도 0.71에 불과했다. KT가 올시즌 LG전에 5승을 했는데 그 중 벤자민이 나와 4승을 했으니 벤자민이 얼마나 잘던졌는지를 알 수 있다.
염경엽 감독이 이번 주중 3연전을 준비하면서 "벤자민한테만 이기면 된다"고 말할 정도로 LG로선 벤자민에 대한 약한 이미지를 깰 필요가 있었다.
|
|
|
반면 LG 선발 켈리는 KT전에 약했다. 2경기서 1패,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했다.
가만 보니 둘의 운명을 갈랐던 것이 개막전이었다. 개막전에서 선발로 만난 벤자민과 켈리는 완전히 다른 성적을 냈다. 지난해 다승왕이었던 켈리가 5⅓이닝 동안 8안타(2홈런) 6실점했는데 벤자민은 6이닝 동안 2안타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던 것.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벤자민은 LG 킬러 답게 던졌다. 1회초 선두 홍창기에게 안타를 허용했찌만 이후 4회초 4번 오스틴 딘에게 볼넷을 내줄 때까지 11타자 연속 범타를 기록하며 LG 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사실 켈리의 피칭이 놀라웠다. 반전의 피칭을 보였다. 1회말 1사 2루, 3회말 1사 3루의 실점 위기를 가볍게 벗어나며 지난해 다승왕 다운 에이스의 면모를 뽐냈다.
어느 팀이 선취점을 뽑느냐가 경기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상황.
LG가 5회초 1사후 박동원이 좌전안타에 이어 벤자민의 두번의 폭투로 3루까지 진출하며 선취점에 다가섰지만 김민성의 삼진과 박해민의 우익수 플라이로 선취점에 또 실패.
6회초 LG는 확실한 기회를 만들었고 이번엔 놓치지 않았다. 1사후 신민재의 좌전안타에 이어 3번 김현수가 히트앤드런 작전으로 좌전안타를 때려 1,3루의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4번 오스틴의 우익수 파울플라이 때 3루주자 신민재가 태그업해 홈을 밟아 1-0을 만들었다. 우익수 김민혁이 KT 불펜쪽으로 달려와 점프해 그물쪽으로 오는 타구를 잡아냈다. 파울 볼을 잡지 않고 오스틴과 계속 승부해 점수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좋았을지, 선취점을 주더라도 잡는게 좋았을지는 알 수 없는 부분.
|
|
켈리와 벤자민 모두 7회까지 던지며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했으나 승패가 나뉘었다. 켈리는 7이닝 동안 단 2개의 안타만 내주고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9승째로 5년 연속 10승에 1승만을 남겼다.
벤자민은 7이닝 동안 102개를 던지며 5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LG전 첫 패다.
|
|
|
KT도 켈리가 내려간 8회말에 드디어 기회를 얻었다. 선두 8번 배정대가 바뀐 투수 김진성으로부터 볼넷을 골랐고, 2사후 2번 황재균이 세번째 투수 백승현에게 좌전안타를 때려냈다. 이어 3번 알포드 타석 때 포수의 패스트볼이 나오며 2사 2,3루. 안타 한방이면 단숨에 동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백승현의 슬라이더에 알포드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삼진.
위기를 넘긴 LG가 9회초 2사후 김민성의 몸에 맞는 볼과 박해민의 안타로 만든 1,2루서 홍창기의 2루타로 1점을 추가해 3-0까지 앞서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마무리 고우석이 9회말 등판해 사실상 경기가 끝난 듯 했다.
하지만 선두 문상철의 2루타, 장성우의 중전 적시타로 1점을 뽑은 KT는 1사후 박경수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1,2루를 만들었고, 배정대의 중전 적시타로 2-3, 1점차까지 따라붙었다. 이어진 1,2루서 김상수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1사 만루. 김민혁의 1루수앞 땅볼을 1루수 정주현이 잡아 홈으로 뿌려 2아웃.
이날 안타 2개를 친 황재균과 고우석의 마지막 승부.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원바운드 볼을 박동원이 가까스로 육탄 방어를 했다. 5구째 황재균이 친 타구가 큰 바운드가 됐고 3루수 문보경이 점프해 잡으려 했으나 글러브를 맞고 뒤로 넘어갔다. 주자 2명이 들어와 4대3.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