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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게 흔하디 흔한 스포츠의 세계다.
널리 알려진 대로 둘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한 살 위인 벌랜더가 2005년 메이저리그 데뷔해 2017년 8월 말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될 때까지 12시즌을 넘게 디트로이트에 몸 담았다. 2008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백스에서 데뷔한 슈어저는 2009년 12월 디트로이트로 트레이드된 뒤 2014년 말 워싱턴 내셔널스와 FA 계약을 맺고 떠날 때까지 벌랜더와 5시즌을 함께 했다.
벌랜더가 2011년 AL 사이영상을 받자 2년 후인 2013년에는 슈어저가 생애 첫 사이영상을 받으며 뒤를 따랐다. 둘이 원투 펀치로 선발 마운드를 이끄는 동안 디트로이트는 2011~2014년, 4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며 강팀의 면모를 과시했다. 2012년에는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함께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메츠에서의 동행은 시즌 시작 후 4개월 만에 끝났다. 메츠가 포스트시즌 포기를 선언하며 슈어저를 텍사스로, 벌랜더를 휴스턴으로 각각 트레이드한 것이다. 물론 두 선수의 동의를 얻고 트레이드가 단행됐다. 그게 7월 말과 8월 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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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랜더는 슈어저와의 관계에 대해 최근 ESP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다른 렌즈를 끼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성공을 위한 한 가지 이상의 방법을 서로 알고 있다. 맥스를 위해 내가 뭐라 말할 수는 없다.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되는지도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슈어저는 "재밌는 경기가 될 것 같다. 벌랜더와 처음으로 상대팀으로 만난다. 내 커리어를 통틀어 현존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했고, 현존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게임을 했다. 벌랜더와도 함께 같은 팀에서 게임을 했고, 이제는 서로를 적으로 만나 마운드에 오르게 됐으니 흥미롭다"고 했다.
두 선수의 맞대결이 흥미를 돋우는 것은 경기 결과가 두 팀의 포스트시즌 운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6일 현재 휴스턴은 79승61패로 AL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시애틀 매리너스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반면 텍사스는 시즌 내내 지구 1위를 달리다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3위로 내려앉았다. 텍사스는 AL 와일드카드 순위에서도 이날 휴스턴에 1대14로 대패를 당하면서 포스트시즌 커트라인인 3위에서 4위로 떨어져 급박한 상황이다.
브루스 보치 텍사스 감독은 "여러 번 얘기했지만, 난 늘 딱 보기 좋은 자리(더그아웃 감독석)에서 정말 훌륭한 선수들의 플레이를 본다. 이런 매치업을 가까이서 본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즐겁게 볼 것"이라며 반겼다.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감독은 "감독으로서 경기를 보는 것이지 관전자로서 보는 게 아니다. 그들은 서로 다르지만 승부욕과 진지함에서는 비슷하다"고 했다.
올시즌 벌랜더는 22경기에서 10승7패, 평균자책점 3.34. 113탈삼진, 슈어저는 25경기에서 12승5패, 평균자책점 3.55, 168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