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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의 불펜 에이스 주현상(31)의 프로야구 커리어는 2021년 전후로 나뉜다. 청주고 동아대를 거쳐 2015년 신인 드래프트 2차 7라운드 지명. 투수가 아니라 어깨 좋은 내야수로 입단했다. 그런데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타자로 120경기에서 홈런없이 타율 2할1푼2리(222타수 47안타) 12타점 18득점 2도루 4사구 24개를 기록했다. 2021년부터 투수로 138경기에 등판해 3승5패1세이브17홀드, 평균자책점 4.37을 올렸다. 총 154⅓이닝을 던졌다.
지난 2년간 불펜투수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올해만큼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출발이 순탄치 않았다. 1군에서 시즌을 시작해 3경기를 던지고 퓨처스팀(2군)으로 내려갔다. 39일 만에 1군에 복귀했는데, 열흘있다가 서산으로 이동했다. 4~5월 6경기에서 6⅓이닝 9안타 6볼넷 5실점.
지난 해 결혼해 한달 전 첫 아이 아린이가 태어났다.
6월 15일에 두 번째 1군 콜업. 추격조로 시작해 신뢰를 쌓아 필승조로 올라갔다. 6월 이후 40경기에 나가 1승1패10홀드, 평균자책점 1.70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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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주현상은 6월을 전후로 다른 투수다.
6월 16일 키움 히어로즈전부터 7월 26일 히어로즈전까지 13경기 연속 무실점, 8월 9일 KT 위즈전부터 8월 27일 KIA 타이거즈전까지 8경기 연속 무실점, 9월 6일 SSG 랜더스전부터 9월 23일 LG 트윈스전까지 8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3개월간 주현상은 한화에서 가장 믿음직한 중간투수였다.
무엇이 주현상을 달라지게 했을까.
"이전에는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쉽게 승부를 했다. 2군에 있는 동안 어떻게 타자를 상대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지 생각을 많이 했다. 박승민 투수코치님이 '제자리에서 공을 던지는 느낌이 든다'고 얘기해 주셨다. 최대한 공을 길게 끌고 나와 던지고 있다."
그는 최근 체인지업 비중을 낮추고 슬라이더를 비중을 높였다.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자신있게 슬라이더로 승부하고 있다.
'이제 인정받는 투수가 됐다'고 하자 그는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했다.
1군 투수 3년차. 그동안 어깨 좋은 내야수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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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고 동아대 시절에 종종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어디까지나 투수가 부족한 팀 사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던졌다. 그때도 강한 어깨를 인정받았다.
프로에 들어와 그의 어깨를 눈여겨 본 정민태 한화 2군 투수코치(SPOTV 해설위원)가 투수를 권유했다. 점수 차 많이 나는 경기에 던져보겠냐고 했지만,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고 병역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팀을 떠났다가 돌아왔다. 1군에서 투수 전향 의사를 물어봤다. 2019년 3루수 유망주 노시환이 들어왔다. 주현상은 "시환이는 딱 봐도 잘 할 것 같은 선수였다. 내가 주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계속 백업으로 뛸 수는 없었다"고 했다. 투수 전향. "매년 10명 넘게 신인선수가 들어오는데 나이가 들어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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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드에 대한 욕심은 없다. 하고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팀이 많이 이겼으면 좋겠고 이기는 데 기여하고싶다."
주현상은 자신에게 기회를 준 최원호 감독이 고맙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