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대표는 낙하산, 단장은 간택, 감독은 순혈, 부산 야구팬들이 한숨지어온 롯데 자이언츠의 매년이다.
야구인은 아니지만, 부산고 출신으로 평생을 야구와 함께 호흡해온 인물이다. 2007년 정식 입사 이래 16년간 통역과 국제 업무제휴, 마케팅, 홍보, 운영, 인사 등 주요 보직을 최연소로 거친 '실무통'이다. 야구 운영부장까지 지내며 모기업과 소통해왔다. 이 과정에서 이강훈 현 롯데 자이언츠 대표와도 각별한 정과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자이언츠 퇴사 후에도 수시로 사직구장을 찾아 롯데 경기를 지켜보고, 선수단 및 구단 관계자들과 꾸준히 소통해온 그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로 활동하던 중 '금의환향'했다. 누구보다도 롯데 구단의 구석구석 사정에 밝은 그다.
|
앞서 롯데는 2020시즌 직전에도 거국적인 수뇌부 개편에 나선 바 있다. 메이저리그(MLB) 프런트 출신 성민규 전 단장, 허문회 전 감독을 선임해 롯데와 무관한 인물들의 '새바람'을 기대했다.
KBO리그 역대 최연소이자 첫 30대 단장의 탄생이었다. 시작은 남달랐다. 팀내 노장들을 과감하게 쳐내고, FA 협상에서도 끌려다니지 않았다. '조건부 FA 계약'이란 독특한 방식을 통해 안치홍을 영입하고, 더 나아가 비FA 다년계약의 문을 연 점도 인상적이었다. 멀리 보고 선수 육성에 힘을 실었다는 점은 호평받는 부분.
|
하지만 팀 성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고, 프런트와 현장의 갈등도 불거졌다. 롯데는 또한번 '최초'의 문을 열었다. 사상 첫 KBO리그 외국인 선수 출신 래리 서튼 전 감독을 영입했다. 단장과 감독 모두 KBO-MLB에 걸친 독특한 커리어의 합주를 기대했다.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을 모았고, 지난 겨울 유강남 노진혁 한현희 등 3명의 FA를 영입하는 한편 프랜차이즈 스타 박세웅에게 5년 최대 90억원의 다년 계약을 안기며 구단 내외의 민심을 아울렀다. 방출 선수도 대거 받아들여 뎁스와 경험을 더했다.
하지만 6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라는 현실에 직면했다. 결국 서튼 전 감독도, 성 전 단장도 팀을 떠나야했다. 롯데는 시즌 중반부터 본격적인 팀 개편에 돌입했다.
|
박준혁 신임 단장은 팀내 여러 분야에서 일했기에 발이 넓다. 사원부터 부장까지 거치는 동안 함께 일했던 선후배들 상당수가 그대로 구단에 남아있다. 특히 '외부 영입'과 '낙하산'만 보며 일해온 롯데 구단 구성원들로선 그를 보는 민심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오너 아닌 전문경영인이라 한들 타 기업 대표로 일하던 인물이 '계약직 임원'에 가까운 단장으로 복귀한 애사심도 높게 평가된다.
|
박 단장은 오는 2일 첫 출근한다. 고향에 돌아온 그의 첫 포부는 '육성'. 하지만 그 대상은 선수가 아닌 프런트다. 오랫동안 준비된 인물다운 시선이다.
"단장의 일은 팀이 강해지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다. 선수 뿐 아니라 프런트 각 개인의 역량을 성장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겠다. 결국 우리 모두의 목표는 '자이언츠가 어떻게 강해질 것인가'하는 점이다. 내 역량을 총동원해 모두의 마음을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