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KT의 한국시리즈 2차전. 경기에서 승리한 LG 고우석이 기뻐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11.08/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학창 시절 절친에서 처남-매부 관계로 맺어졌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동료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와 고우석(LG 트윈스) 이야기다.
차명석 LG 단장은 16일 고우석의 에이전트 리코 측의 방문을 받았다. 이 자리를 통해 고우석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차 단장은 고우석의 거취에 대해 "그룹과 논의할 예정"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전날 KBO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고우석, 이정후에 대한 신분 조회 요청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메이저리그는 모든 야구선수들에게 있어 꿈의 무대다. 다만 지난해 이미 올시즌 후 미국 진출 의사를 밝히고 오랫동안 준비해온 이정후와 달리, 고우석의 미국 진출 의사는 다소 갑작스럽다.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 자체청백전. 고우석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10.29/
포스팅은 KBO리그, 혹은 일본프로야구(NPB)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비공개로 입찰하는 제도를 가리킨다. 한국의 경우 1군에서 7시즌 동안 뛴 선수는 KBO 야구 규약 104조에 따라 포스팅을 신청할 수 있다.
포스팅을 신청하고, 메이저리그 측이 포스팅 대상 선수를 발표하면, 선수는 그때부터 30일간 미국 30개 구단과 입찰 협상을 벌이게 된다. 보장 계약금액이 25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20%, 5000만 달러 이하일 경구 500만 달러와 초과금액의 17.5%, 5000만 달러를 넘길 경우 937만 5000달러와 초과 금액에 대한 15%를 원소속 구단에 지급하게 된다.
다만 포스팅은 구단의 의무가 아니다. 구단은 선수의 포스팅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측의 신분 조회는 말그대로 선수를 체크하는 과정일 뿐이다. 계약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1997년 이상훈을 비롯해 진필중, 임창용 등 초창기 포스팅 도전자들은 금액 문제로 미국 진출이 좌절됐다.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LG와 KT의 경기. LG가 KT에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팬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LG 고우석.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3.11.13/
2013년 류현진을 비롯해 강정호와 박병호가 포스팅으로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김광현 양현종 손아섭 황재균 김재환 나성범 등 포스팅을 통한 진출이 좌절된 사례도 적지 않다. 김광현은 2014년 첫 포스팅에 실패한 뒤 2019년 두번째 도전에서야 비로소 염원이던 미국행을 이뤘고, 양현종 윤석민 황재균 등은 FA가 된 뒤에야 '꿈의 무대'를 밟았다.
고우석은 '군필' 투수인 만큼 군문제에선 자유롭다. 적어도 직구의 구위만큼은 미국 무대에서도 인정받을만 하다. 포스팅 기간 대비 나이도 25세로 어리고, 이번 한국시리즈에선 150㎞가 넘는 평균 구속을 과시했다. 29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LG는 고우석의 몸값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정후와 고우석이 나란히 미국 무대 진출에 성공할지도 관심거리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절친이었고, 고우석이 지난 1월 이정후의 여동생과 결혼하면서 가족 관계가 된 바 있다. 빅리그에서도 함께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