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달러의 엄청난 계약을 맺었다. 야구는 어디서 하든 똑같다지만, 새로운 나라와 새로운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그래서 중요한 소통 창구가 통역 직원이다. 이정후의 입과 귀 뿐 아니라 손과 발 역할까지 다 해줘야 한다. 선수가 다른 것에 신경쓰지 않고, 마음 편히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게 프로 스포츠 통역의 폭넓은 역할이다.
2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 스타티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 현장, 이정후가 이야기를 나누며 미소짓고 있다.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2.24/
이정후의 통역은 한동희(29)씨다. 이정후와 큰 접점은 없었다.
그런데 인연이, 새로운 인연을 맺어줬다. 한 통역은 지난해 KBO리그 NC 다이노스에서 일했다.
'슈퍼 에이스' 에릭 페디의 통역이었다. 페디는 지난 시즌 KBO리그에 진출, MVP에 오른 뒤 꿈에 그리던 메이저 무대에 재입성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페디와 이정후는 같은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이다. 이정후가 통역을 찾는다는 걸 알고, 페디가 한 통역을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한 통역은 "처음에는 페디가 연결을 시켜준 걸 모르고 있었다. 나에게는 꿈과 같은 일이었는데 너무 감사하게 이렇게 인연이 닿았다"고 설명했다.
2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 현장, 이정후와 엘리엇 라모스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2.22/
한 통역은 초등학교-중학교 시절 캐나다에 살았다. 어린 시절 영어를 배워 원어민 수준으로 듣고 말할 수 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한국에서 나왔다. 야구를 너무 좋아했다고 한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전설의 마무리 트레버 호프만 '광팬'이었다. 그런 그에게 외국인 선수 통역은 매력적인 직업이었다.
첫 시작은 V리그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배구단 통역이었다. 그리고 NC로 이직을 해 야구계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진출했다. 이정후도 메이저라는 큰 무대에 진출했는데, 한 통역도 자신의 업계에서 큰 꿈을 이룬 셈이다.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 현장, 이정후가 수비훈련 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 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2.20/
한 통역은 "스포츠 통역은 단순이 언어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를 챙기는 일을 해야 한다. 다행히 나는 페디, 이정후라는 두 명의 너무도 훌륭한 선수들을 만났다. 행운이다. 두 사람 모두 실력도, 인격도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말하며 "나는 이제 정후의 통역으로, 내가 바라는 건 정후가 여기서 성공하는 것밖에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정후도 "내가 동희 형을 너무 못살 게 구는 것 같다. 필요한 많은 걸 요구하는데, 다 들어주신다. 정말 고맙다"고 화답했다.
한 통역은 "메이저 무대에서 이정후와 페디가 맞대결을 하면 누구를 응원할 것이냐"고 물었다. 한 통역은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눈 감고 있을 거다. 아니다. 그날은 출근 안할 거다"라고 말하며 두 사람에 대한 고른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