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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무시'-선수 안전 '나몰라라'...아직도 갈길 먼 티빙 KBO 슈퍼매치[잠실 시선]

최종수정 2024-04-01 08:55

약속 '무시'-선수 안전 '나몰라라'...아직도 갈길 먼 티빙 KBO 슈…
◇사진제공=티빙

[잠실=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31일 잠실구장.

KIA 타이거즈-두산 베어스전이 열린 이날 홈팀 두산측이 쓰는 1루 더그아웃 인근은 북적거렸다. 타격 훈련 때 사용하는 철망을 한쪽에 모아놓고 마련한 공간에 차려진 부스, 평소보다 배로 많은 촬영 스태프들이 모였다. KBO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인 티빙 측 관계자들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몰렸다. 이날 현장을 찾은 야구 관계자는 "당초 티빙과 그라운드 출입 인원 숫자를 10명 안팎으로 조정하기로 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20명 중반대 인원이 찾아왔더라"고 밝혔다.

훈련 장비 사용도 문제가 됐다. 통상적으로 홈팀은 경기 시작 2시간30분 전, 원정팀은 1시간 30분 전까지 그라운드에서 파트별 훈련을 진행한다. 이 가운데 타격 훈련 중 부상을 막기 위해 배치하는 이동식 안전 펜스(그물망)도 있다. 하지만 슈퍼매치 프리뷰쇼가 그라운드에서 진행되면서 일부 그물망을 선수단이 활용할 수 없게 됐다. 티빙 측이 양 구단에 양해를 구하고 장비를 빌리긴 했지만, 선수단 안전 문제를 우려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약속 '무시'-선수 안전 '나몰라라'...아직도 갈길 먼 티빙 KBO 슈…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이날 경기는 KBO리그 유무선중계권 사업자 티빙이 기존 케이블채널과 별도로 자체 프리뷰쇼, 코멘터리 등을 제작하는 슈퍼매치였다. 단순 중계를 넘어 양팀 감독 사전 인터뷰와 캐스터-해설위원이 참가하는 프리뷰쇼, 경기 후 리뷰까지 미국 메이저리그 중계 방식을 차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게 티빙 측의 설명이다.

시즌 전 티빙의 슈퍼매치 제작 과정 중 일부는 양팀 라커룸에 출입하는 계획도 있었다. 그러나 이를 들은 선수, 구단 측의 난색에 백지화된 바 있다. 티빙 측은 준비를 거쳐 슈퍼매치를 제작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장의 풍경은 앞서 밝힌 입장과 동떨어져 있었다. 그라운드 한켠에 시설물을 세우고 훈련 장비를 끌어 쓰는 등 선수, 구단 입장에선 훈련 지장 뿐만 아니라 안전 문제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 잇달아 포착됐다.

야구계 관계자는 "좋은 플랫폼을 활용해 팬들에게 재미 있는 영상을 제공하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이런 식의 중계가 계속 이뤄지고 현장 불만이 누적되면 구단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약속 '무시'-선수 안전 '나몰라라'...아직도 갈길 먼 티빙 KBO 슈…
◇사진출처=티빙
티빙은 시범경기 기간부터 '22번 타자', '꼴데', '삼성 라이언즈' 등 자막 처리 실수와 느린 영상 업데이트로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결국 티빙 최주희 CEO가 직접 나서 "시범경기 서비스 중계에서 미흡했던 점을 모두 인지하고 있다. 개막에 맞춰서는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팬들께 약속 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그러나 인천 롯데-SSG 간의 개막시리즈에선 관계자 실수로 생중계가 끊기는 '방송 사고'가 일어나는 등 개선은 요원해 보인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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