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KIA의 경기. 1회 2사 1루. 1루에서 태그 아웃 당한 최형우.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4.17/
[인천=스포츠조선 김용 기자]ABS는 2000경기를 넘게 뛴 베테랑도 헷갈리게 했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가 허무하게 아웃을 당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또 ABS(로봇심판) 여파다.
최형우는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 4번-지명타자로 선발 출격했다. 최형우는 1회 첫 타석에서 1타점 적시타를 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이어진 2사 1루. 김선빈이 SSG 선발 엘리아스를 상대로 3B까지 몰고갔다. 4구째 엘리아스 직구가 김선빈 몸쪽 낮은 곳으로 들어왔다.
사진캡처=KBSN스포츠 중계 화면
육안으로 봤을 때는 볼.
SSG 포수 이지영의 미트가 거의 땅에 가까웠다. 이 장면을 1루에서 직접 지켜본 최형우가 슬금슬금 1루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게 화근이 됐다. ABS는 이 공을 스트라이크로 선언했다. 아래쪽 존을 지나갔다고 판정한 것. 볼넷이 아니니 인플레이 상황이었고, SSG 포수 이지영이 잽싸게 1루수 고명준에게 공을 던졌다. 최형우는 걸어가다 횡사했다.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와야 했다. 입모양을 보면 '볼 아니었어'라고 말하는 듯 보였다.
KIA 이범호 감독도 상황 문의를 위해 나섰지만, ABS가 스트라이크를 찍었으니 달라질 게 없었다. 금세 수긍하고 들어갔다.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KIA의 경기. 1회 2사 1루. 1루에서 태그 아웃 당한 최형우.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4.17/
주심이 다른 때보다 늦게 스트라이크 콜을 하지도 않았다. 결국, 주자 최형우가 스스로 상황 판단을 너무 빨리 해버린 게 허무한 아웃으로 연결됐다. 왜 그랬는지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최형우의 본헤드 플레이였다. ABS의 시대에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으면 안된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나마 KIA의 기세가 좋을 때였고, 경기 결과도 대승이었기에 망정이지 승부처에서 저런 플레이가 나와 경기 결과가 바뀐다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선수들도 스트라이크, 볼을 속단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해야 한다.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KIA의 경기. 3회 2타점 2루타 날린 KIA 최형우.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4.17/
그래도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팀이 이겼기에 가벼운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1회 안타에, 3회 2타점 2루타까지 연거퍼 날린 최형우는 이 2개의 안타로 프로 데뷔 후 개인통산 4000루타 기록을 세웠다.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에 이은 KBO 역대 2번째 대기록. 이 감독은 4077루타를 기록하고 은퇴했는데, 조만간 최형우가 기록을 깰 가능성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