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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이글스파크가 순식간에 멈췄다. 전기가 나가면서 모두가 얼어붙었다.
해가 떠 있어 암흑이 되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그러나 모든 전기 시설이 일제히 꺼지면서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됐다.
ABS 시스템까지 먹통이 됐고, 경기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심판진은 오후 6시33분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전기가 들어오길 기다렸던 선수들은 하나둘씩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무더위에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이상이 생겼다. 한화 관계자는 "폭염으로 인한 전력 사용량 급증으로 전기설비가 부하를 감당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전기가 들어오기까지는 약 4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야구장 시설이 정상 가동되기 위해서는 예열이 필요했고, 약 38분 간 중단 사태가 일어났다.
한화생명이글스파크의 정전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1일 두산-한화전에서도 내부 전력 설비 이상으로 전광판을 비롯해 구장 내 시설에 불이 꺼졌다. 당시 약 5분 정도 정전됐지만, 경기 진행에는 문제가 없었다.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1964년 개장돼 올해로 61년째 됐다. 1군 구장 중에서는 가장 오래됐다. 각종 시설은 노후화됐고, 언제든 문제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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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을 마치면 신구장으로 옮긴다. 이제는 거의 형체를 갖췄다. 모든 것이 최신식인 신구장이지만, 이글스파크가 담고 있는 역사만큼은 품지 못한다.
'백전노장' 김경문 감독은 "이 구장은 고등학교 때 예선 대회를 했고, OB 시절 때에도 2년을 썼다"라며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의 남다른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홀가분한 마음이 크지만, 아쉬운 마음이 없을 수는 없다. 떠나는 발걸음이라도 가볍게 하라는 뜻일까. 세월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사건이 계속 일어나면서 마지막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고 있다.
대전=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