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정현우의 데뷔전, 어떻게 봐야 할까.
키움 히어로즈가 개막 3연패 후 귀중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키움은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장단 21안타를 터뜨리며 17대10으로 대승, 연패를 끊어냈다.
드디어 선발승이 나왔다. 주인공은 '전체 1순위' 특급 신인 정현우. 정현우는 KBO리그 데뷔전에서 5이닝 6실점(4자책점)을 기록했다. 타선의 지원 속에 데뷔전 승리 투수가 되는 감격을 누렸다.
결과만 놓고 보면 어린 선수가 대단한 일을 한 거다. 선배 투수들이 처절할 정도로 얻어맞는 모습을 지켜봤다. 팀이 연패에 빠져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상대는 강팀 KIA고, 원정이었다. 아무리 타선 지원을 등에 업었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승리 투수가 된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
하지만 냉정하게 이날 경기를 돌이키면, 리그 판도를 뒤흔들만한 '특급 신인'인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5이닝 동안 안타 8개를 허용했고, 볼넷을 7개나 내줬다. 5이닝을 막는데 무려 122개의 공을 던졌다. 점수차가 커 승리 투수를 만들어주기 위해 안간힘을 쓴 키움 벤치였는데, 그 승리 요건만 아니었다면 빠르게 내려와야 할 구위와 투구수였다. 신인 선수의 데뷔전 122구 투구는 KBO리그 역대 최다 2위 기록이다. 이 부문 최다 기록은 1991년 4월 24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OB 베어스(두산 전신) 경기에서 롯데 신인 김태형이 던진 135개다. 하지만 그 때는 완투였다. '괴물' 류현진(한화)이 데뷔전 7⅓이닝 무실점 109개 투구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정현우는 5이닝 소화였다.
|
|
데뷔전이라 긴장한 점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이날의 모습이라면 앞으로의 여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경기 후 만난 정현우는 "긴장도 됐고, 분위기도 달랐다. 정규 시즌 경기를 하니, 확실히 상대 타자 선배님들의 공 보는 집중력도 달랐다. 나도 모르게 도망가는 피칭을 한 것 같다. 다음부터는 더 공격적으로 던지겠다. 오늘은 5이닝을 끝까지 막은 걸로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구속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더 올라올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첫 테이프를 성공적으로 끊었으니, 다음 경기는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과연 정현우가 두 번째 등판에서는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광주=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