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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은 애도 기간 더 갖고 싶었는데" 양의지 작심 발언, 선수협 의견 왜 KBO 전달 안됐을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5-04-04 17:07


"선수들은 애도 기간 더 갖고 싶었는데" 양의지 작심 발언, 선수협 의견…
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두산의 경기, 4회말 2사 만루 두산 양의지가 잘 맞은 타구가 키움 좌익수 푸이그에게 잡히자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04.02/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양의지의 아쉬운 마음은, 왜 KBO에 전달되지 않았을까.

두산 베어스 간판스타 양의지는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 후 웃지 못했다. 3점홈런을 치고 팀의 6대1 승리를 이끌었음에도 말이다.

NC 다이노스 홈구장, 창원NC파크에서 열린 참사로 인한 비통함 때문이었다.

양의지는 한 명의 야구 선수임은 물론, NC에서 4년 동안 뛴 선수이기도 했다. 또 자식을 키우는 아빠로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충격이 크다고 했다.

양의지는 그러면서 "3일은 애도 기간을 가졌으면 싶었다. 선수들도 다 같이 마음 아파하고 있다"고 말하며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서도 얘기가 나왔는데, KBO는 통보만 한다. 항상 소통을 한다고 하는데, 그런 건 전혀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번 참사로 인해 KBO는 당장 NC파크에서 경기를 해야하는 홈팀 NC와 SSG 랜더스 3연전만 전경기 취소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나머지 구장 경기는 2일만 취소를 시켰다. 애도의 의미였다. 하지만 양의지는 선수들도 모두 심란한 상황에, 전 구장 다 3연전 취소가 옳았다고 얘기한 것이다.

양의지의 심경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선수는 야구만 하는 기계가 아니다. 사람이다. 충격적인 사건에 감정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단순히 쉬고 싶다고 하는 것도 아니다. 이제 시즌 개막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날씨가 더워 쉬고 싶을 때도 아니다. 그만큼 무거운 마음으로 경기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감정적 호소를 한 것이다.


"선수들은 애도 기간 더 갖고 싶었는데" 양의지 작심 발언, 선수협 의견…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시범경기 KIA-두산전. 양의지가 비디오판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3.13/
중요한 건 양의지의 말처럼 KBO가 선수협을 '대화의 파트너'로 아예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또 발생했느냐는 점이다. 그동안 선수협은 KBO가 선수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다는 불만을 여러차례 내비쳤었다. 일례로 최근 미디어데이 사태로 난리가 났었다. 왜 매번 서울에서 개최해 지방팀 선수들을 힘들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아무리 얘기를 해도, KBO가 요지부동이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물론 KBO도 선수들의 말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다. 대회 주관사로서 중심을 잡고, 정해 통보해야 하는 사안들이 많다. 모든 의견을 수용하다보면, 배가 산으로 간다. 그렇다면 이번 건의 경우 선수협의 요청을 했는데, KBO가 이를 묵살했던 것일까.

KBO 관계자는 "팬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빠른 시간 안에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선수협에 먼저 의견을 묻지는 않았지만, 선수협쪽에서 정식으로 요청 사항이 들어온 것도 없었다. 물론 경기 일정 등은 선수협에 먼저 의견을 구할 필요 없이, KBO가 결정을 해야하는 사안이다. 다음 날 경기이기에 최대한 빠르게 결정을 해 발표를 했어야 했다. 그래도 선수협에서 '선수들이 감정적으로 힘드니, 3연전 모두를 취소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정식으로 전달해왔다면 우리도 결정 과정에 적극 반영을 했을 것이다. 요청이 온다고 모든 사안을 다 들어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의견이 접수되면 그 의견은 충분히 전달이 되는 구조다. 얘기한 것처럼 다 수용하지 못하니, 얘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규약 변경 등 여러 사안들에 대해서는 선수협에 먼저 의견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KBO가 선수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 최선의 안을 착착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선수들과 선수협회도 자신들의 의견이 있으면 KBO에 먼저 적극 개진하는 프로세스도 필요해 보인다. 자신들끼리 얘기만 나눈 사안들을, KBO가 모두 알아서 해줄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이번 건은 의견을 모아 전달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급박했다는 점이 있으니, 양측 모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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